조립의 기억

내 인내심은 어디로 갔을까.

by 정상이
장난감2.jfif 이 그림은 장난감이미지로 인터넷으로 가져왔음.


점심을 먹고 쉬고 있는데 둘째가 유튜버를 보고 있었다. 녹이 슬고 망가진 오토바이를 가져다가 씻고 말리고 색칠하고 광을 내어 새로운 오토바이로 탄생하는 과정을 보고 있었다. 참으로 험난하고 기나긴 과정을 묵묵히 해내는 모습을 보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과거 애들 장난감을 조립하던 기억이 났다.


큰 애가 여섯 살, 둘째가 세 살 때였다. 모든 애들이 그러하듯 우리 애들도 장난감 조립하는 걸 좋아했다. 작은 장난감 몇 개를 조립하더니 완성하는 재미가 붙었는지 계속해서 샀다. 나중에는 큰 것을 원했다. 조립 상자의 크기도 컸지만 조립해야 하는 양이 만만치 않았다.


‘이걸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생각보다 쉽지 않아 보였다. 저녁을 먹고 애들이 조립하는 걸 보니 힘들어 보였다.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리저리 해 보더니 지쳤는지 한쪽에 두고 다른 놀이를 했다. 어찌보면 내가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조립 도면을 보면서 했다. 작은 조각들은 모양이 비슷하여 그놈이 그놈처럼 보였다.


‘아, 이걸 왜 재미있어하지. 이거 잘못 만든 거 아냐. 이리 힘들고 어려워서야.’

근 네 다섯 시간이 걸려도 완성할 수가 없었다.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나도 모르게 짜증이 슬슬 나기 시작했다. 때마침 남편이 집에 왔다.


“아, 진짜 미칠 노릇이야. 이것 좀 봐. 도저히 조립이 안돼. 아무래도 잘못 산 것 같아.”


남편은 씻고 앉더니 뚝딱뚝딱 잉? 30분이 되기도 전에 완성을 해 버렸다. 나는 놀라 완성된 장난감을 보고 또 보았다. ‘아니, 내가 그리 씨름하던 것을 그렇게 금방 해 버릴 수 있는거야? 말도 안돼.’ 그날 이후 나는 조립 장난감은 아예 보지 않는다. 그건 내 분야가 아님을 절실히 깨달았다.


차분하고 신중하며 은근한 끈기가 없으면 조립이고 만들기는 안 되는 일이다. 나에겐 인내심이라는 게 없는 것일까. 중학교 가정과목의 과제로 목도리 만들기를 했다. 실로 짜서 만드는 목도리. 겨울이면 누구나 하나씩 하고 다녔다. 자신이 직접 짜거나 애인이나 친구에게 짜 주기도 했다. 시작은 괜찮았다. 목도리를 짜는 과정은 생각보다 쉬웠다. 계속해서 반복하면 되는 것이니까. 그러나 긴 시간이 필요했다. 짜고 또 짜야 목을 감쌀 수 있는 길이가 되니까.


짜도 짜도 완성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며칠 하다가 두고 또 며칠 하다가 두고……. 완성하는데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렇다고 손재주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벙어리 장갑은 작으면서 금방 하기에 몇 켤레나 만들었다. 그러나 길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건 자신이 없다.


단순하면서 반복적인 것 역시 힘들다. 콩나물 다듬기, 시금치 고르기, 김 굽기 등은 피하고 싶은 일이다. 예전에 시댁에서 동서가 아주버님께 김을 전기팬에 구워달라고 했다. 그 양이 만만치 않았다. 나는 아주버님이 하시는 걸 잠깐 보다가 방으로 들어갔다. 내가 할 수 있는 양이 아니었다. 나중에 동서가 그랬다. 아주버님에게 시킨 건 내가 할 것을 기대한 것이었는데 끝까지 안 하더라면서 약간 어이가 없었단다. 나에게 직접 하라고 한 것도 아니고 계속해서 굽는 양이 너무 많아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했더니 웃었다.


여러 가지 상황으로 유추해 보면, 인내심이 부족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다행인건 내가 좋아하는 일에는 그나마 견딜 힘이 있다는 점이다. 싫다고 다 안할수는 없지만 가능한 하고 싶은 건만 하면서 살았으면 한다. 그럴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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