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와 습도는 얼마 만큼 연관이 있을까?
세탁기를 수리하러 온 기사는 습도가 높으면 부품이 손상되고 부식이 잘 되기 때문에 습도가 없는 곳에 비치하는 게 좋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우리 집에는 화장실에 세탁기가 있다. 처음부터 화장실에 세탁기를 설치했다. 세탁기의 필수 사항인 수도와 배수가 연결 된 곳이 화장실이었으니까. 아파트에 살 때에도 그렇게 했다.
결혼 초에는 통돌이였고, 지금 사는 집으로 오기까지 근 19년을 수리 한 번 없이 사용했다. 그게 기적이었나? 정말 단 한 번도 고장이 없었다. 적당한 때에 거름망을 교체해 주는 게 다 였다.
이사하면서 낡은 물건을 정리하거나 새로 사고 싶었다. 고장은 없었지만 오래 되고 어쩌면 고장이 날 수도 있으니 교체하는 게 맞을 것 같았다. 사용하지 않는 전자제품을 모아서 처리했다.
세탁기는 통돌이를 샀다. 여태 사용하던 것이었고 그게 편했기 때문이다. 이번엔 내 돈으로(혼수품은 부모님 찬스) 사는 것이기에 조금 저렴한 것으로 골랐다. 싼게 비지떡이라고 너무 저렴했을까? 6년을 사용했는데 고장이 났다. 세탁기를 청소했음에도 빨래에서 냄새가 나고, 먼지들이 옷에 달라 붙어서 빨래를 한 게 맞는지 의문스러워졌다.
큰 맘 먹고 이번에 드럼으로 바꾸었다. 이왕 사는 김에 건조기도 살까 고민하다가 겸용으로 된 것을 골랐다. 건조까지 해 주니 너는 품이 하나 줄었다. 비가 많이 오는 여름에는 보송해서 괜찮았고, 겨울에는 널 필요가 없으니 좋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세탁기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났다. 아마 유추 하건데 이불 두 개를 함께 돌릴 때부터였던 것 같다. 그때 세탁기가 덜컹거려서 결국 하나는 빼고 세탁을 했었다. 세탁이 잘 된다고 욕심을 부린 게 화근이었나? 모터가 무리를 한 모양이었다.
기사는 모터를 갈았다. 탈수 시 소리가 나는 지 점검을 하고 마쳤다. 마무리를 하면서 많은 조언을 했다.
“습기가 많으면 안 좋습니다.”
“다른 곳에 옮길 수 있으면 옮기세요.”
“완전 바깥에 두어서 얼 수도 있잖아요.”
“그렇죠. 너무 추운 곳은 안 좋죠.”
“햇살이 직접 비치는 곳도 좋지 않습니다.”
“아니면 샤워를 여기서 말고 다른 곳에서 하세요.”
“예?”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환풍이 잘 되어야 합니다.”
기사의 말은 다 옳다.
세탁기를 화장실이 아닌 다른 곳으로 옮기려면 수도와 배수가 되는 곳이어야 한다. 그런 곳은 바깥 뿐이다. 밖은 추워서 세탁기가 얼 수도 있다.
아무리 궁리를 해도 우리집에 세탁기를 둘 곳은 찾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세탁기를 위해 이사를 할 수는 없지 않나? 허탈한 웃음이 났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최대한 환기를 시켜서 습기를 빼 주는 것이다. 비싼 세탁기를 이고 살아야 하나? 웃픈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