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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이 Dec 18. 2023

엄마의 생일

- 조촐한 생일 모임


 우리는 4남매이다. 

 내가 첫째이고 2살 터울로 남동생과 여동생이 있고, 막내는 셋째와 세 살 터울이 난다. 

 초등학교 때는 다복하다는 말을 들었다. 

 내가 자란 동네에서는 형제가 많은 집이 많아서 우리 집이 유독 많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고등학교에 가서 보니 우리 집 식구가 많아 보였다. 

 그때는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표어가 유행이었다. 


 고등학교 때까지 바로 밑의 남동생과 말과 몸으로 제법 싸웠다. 

 우리 둘의 성격이 어떤 면에서는 비슷했기에 싸우면 격하게 하는 경향이 있었다. 

 한 번은 말다툼 끝에 주먹을 맞았는데 엄청 아팠다.

 ’아 이제 얘랑 싸우면 안 되겠네.‘ 

 그 이후로  남동생과의 싸움을 접었다. 


 막내는 나와 7살 차이가 났기에 많이 업고 다녔다. 

 친구들이나 동네 언니들과 어울릴 때에도 동생을 데리고 다녀야 해서 귀찮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다. 


 올해 칠순 하고 여섯이 되신 엄마의 생일을 식당에서 했다. 

 일요일 점심을 함께 하면서 축하 노래를 불렀다. 

 엄마 생신은 항상 겨울이기에 한 해를 마무리하는 느낌도 있다. 

 엄마는 올해 엉덩이 부분 관절을 수술했기에 걷는 게 예전만큼은 아니다. 

 입맛이 까탈스러운 엄마이지만 요즘 잘 드셔서 좋다. 


 커피를 마시며 그간의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다. 

 아직 조카들이 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지만 모두 건강하고 탈 없이 성장하고 있어서 반가웠다.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더 많은 여유가 된다면 펜션을 잡아 신나게 놀 수도 있겠지만, 꼭 길어서 좋은 건 아니기에 다음을 기약했다. 

짧고 굵은 만남은 아쉬움을 남기기에 그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엄마와 아빠가 건강하셔서 감사하고, 형제들끼리 만나서 싸우지 않고 잘 지내서 다행이다.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하는데 하늘이 회색빛이다. 

바람이 불면서 공기가 차갑다. 

따뜻했던 시간은 순식간에 가버리고 겨울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추운 날씨 탓에 걷다가 조금 뛰었더니 마스크에 방울이 맺힌다.

남은 12월을 잘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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