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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이 Dec 09. 2023

인생이란 참 알 수 없다.

- 한 치 앞을 모르고 산다.


 얼마 전에 남편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우리 애들은 참 효자들이야. 대학을 안 가니 말이야.” 하면서 웃었다. 

 그런데 며칠 후, 휴가를 나온 아들이 친구들을 만나고 오더니 대뜸,

“아무래도 대학을 가야 할 것 같아.” 하는 거다. 

“왜?” 하고 물으니, 

“대학을 안 가니 여자친구를 만날 확률이 떨어지잖아.”  


 그 얘기를 듣고 있으니 그럴듯했다. 

작은 아들은 아직 이렇다 할 연애경험이 없다. 

고등학교 때도 남녀공학이었지만 여자친구를 만들지 못할 만큼 숙맥이었다. 

외향적이지 못한 성격도 있겠지만 그때는 여자친구들에게 별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1년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나도 모르게 아들은 몸도 정신도 자랐을 것이다.

 내 눈엔 아직 아이이지만 이제 스물이니 성인이기는 하다. 


 12월 전역을 하면 좀 쉬면서 다시 생각해 보라고 했다. 

 아들의 말을 듣고 남편과 나는 조금 허탈했다. 

 우리는 한 치 앞을 모르며 살고 있음을 절감했다. 

 이제 대학을 간다고 하지만 또 어떻게 마음이 변할지는 모르는 일이다. 

 자신의 인생이니 본인이 결정하고 우리는 옆에서 지켜봐 주는 게 전부이다.  


 겨울이 되고 올 한 해를 넘겨야 하니, 마음이 심란하다. 

 올해 나는 무엇을 했는가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러면서 다시 대학생으로 돌아간다면 어떨까 생각해 봤다. 

 웹툰처럼 현생의 삶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다시 대학 1년으로 돌아간다면 나는 멋지게 살 수 있을까. 


 할 수 있을 것 같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놀기도 잘 놀고, 내가 원하는 꿈을 향해 달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인생 2회 차로 돌아가고 싶다. 

하루하루가 의미 있고 보람되게 살 것 같다.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서 내가 원하는 꿈에 도달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지금의 절실함을 가지고 있다면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나만 이런 망상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겉모습은 풋풋한 20대의 모습이지만 속은 그 인생을 다 살아본 늙은이가 앉아 있다니. 재미있기도 하고 좀 그렇기도 하지만 가능하다면 돌아가고 싶다. 

세상을 이미 살아봤기에 그때의 삶이 좀 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좋다. 


무엇이든 열심히 하면서 삶을 즐기는 나의 20대.

멋지지 않나. 

더불어 자신이 원하는 꿈까지 이룬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누가 나에게 그런 기회를 주었으면 싶다. 

아직 아무것도 이룬 게 없기에 더 간절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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