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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이 Dec 03. 2023

아프고 나니, 보이는 것들


 한창 코로나로 아픈 사람들이 생길 때에 우리 집 식구들은 무사했다.

 백신을 맞고 마스크를 쓰고 안전 준수사항을 잘 지켰다. 


 이제 환절기이고, 갑자기 찾아온 추위로 사람들의 몸은 약해졌다. 

 내 몸 역시 그런 상태였던 모양이다. 


 지난 주말부터 몸살이 오는 느낌이었다. 

 월요일과 화요일은 그럭저럭 목감기 약을 먹으며 버텼지만 기침에 목이 아파 참을 수 없었다. 

 수요일 병원에 갔더니 코로나란다. 치료를 해 주지 않고 처방전만 주었다. 

 목소리가 변하고 머리가 띵하니 아팠다. 

 입맛은 살아 있었지만 뭔가 먹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약을 먹기 위해 끼니때마다 밥을 먹었다. 


 식구들과 점심과 저녁을 따로 먹어야 했다. 

 함께 살아도 따로 생활하는 게 생각보다 힘들었다. 

 기침이 멈추고 나니 살만했다. 

 운동이나 시장을 보러 가지 못하고 방 안에서 책과 영화로 시간을 보냈다. 


아파도 하루는 가고, 시간은 갔다. 


 다른 병과 달리 코로나는 전염력이 강하니 서로 간의 신체적인 접촉을 피해야 했다.


 그것이 힘들었다. 


 하루에 한 번은 아들이나 남편과 포옹을 하면서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나누었는데 그걸 하면 안 되니 이상했다. 

처음 며칠간은 괜찮았다. 

그렇게 5일을 보내니 울적해졌다. 


나는 아들을 안으며 위로를 얻고 위로를 주었다. 

신체적인 접촉은 그렇게 서로를 격려하는 몸짓이었다. 

얼굴을 마주 보고 밥을 먹고, 안아주면서 하는 평범한 인사가 새삼 그립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나는 신체적인 접촉을 좋아하는구나. 

손을 잡고, 옆에서 기대고, 안아주는 그 모든 행위를 좋아하는구나. 


나로 인해, 남편이나 아들까지 감염되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들은 나 보다 면역력이 좋아서 다행이다. 

역시 건강은 아프고 나야 알 수 있다. 

오랜만에 아픈 것이지만 건강이 역시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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