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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이 Nov 23. 2023

신비로운 안개

-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

                                                                인터넷에서 가져 온 안개



 나는 안개를 좋아하면서 약간 두려워한다. 

희미하게 퍼지면서 얇은 막을 형성하여 시야를 차단한 듯 보여줄 듯 보여주지 않는 그 신비로운 광경이 좋다. 연한 안개 사이로 뭔가가 나올 것 같은 몽롱함이 기분을 이상하게 만든다. 

호수에서 피어오르는 안개와 새벽에 시야를 덮치는 안개를 경험한 적이 있다.

 

 중학생 때였다. 내가 자란 곳은 시골이라 아침에 학교에 가기 위해 꽤 긴 거리를 걸어야 정류장이 나왔다. 

보통은 친구나 언니들과 함께 가는데 그날은 왜 혼자였는지 모르지만 이른 아침에 길을 나섰다. 

동네를 막 벗어나 산길로 들어가기 전에 오른편으로 큰 호수가 있다. 


아주 오래전에 마을 사람들이 만든 호수인데 엄청 컸다. 오른쪽으로는 호수, 가운데는 길, 왼편으로는 지대를 낮게 하여 이룬 논들이 있었다. 


아마 지금과 같은 11월쯤이었던 같다. 

약간 추위를 느낄 즈음으로 기억한다. 

별생각 없이 호수를 지나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아침 기온이 낮았던지 호수 쪽에서 연한 안개가 길 쪽으로 밀려왔다. 

마치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 나를 향해 손을 뻗는 기분이었다. 


순간, 나는 얼었다. 

그 광경이 멋지고 신비로우면서 무서웠다. 

무언가 나를 호수로 데리고 갈 것만 같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 모습을 더 즐기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그때는 무서워서 잠시 얼었다가 막 뛰었다. 

친구들이나 언니들과 함께 있었다면 서로의 기분을 얘기하면서 그 모습을 신기해했을 텐데……. 

왜 그날 나는 혼자 가고 있었을까.

 

 새벽에 합천에서 진주로 오는 국도변에서 목격한 안개는 무섭기는 했지만 차 안에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예전만큼은 아니었다. 

합천 동서집에 모여 집들이를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뒷좌석에는 남편과 아이들이 자고 있었고, 옆자리에는 시누가 타고 있었다. 

합천에서 출발하여 20분쯤 되었을 것이다. 

갑자기 안개가 몰려왔다. 

길에서 내 차로 향해 달려오는 느낌이었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상태로 변하여 속도를 줄이며 천천히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마침 옆에 있었던 시누도 깨어 있는 상태였다. 

그 안개를 보면서 만약 혼자 운전을 하고 있었다면 기겁을 하거나 엄청난 무서움을 느꼈을 것이다. 

혼자가 아니었기에 몰려오는 안개에 대해 말을 하면서 왔다.


그 안개는, 하얀 머리를 풀어헤치고 나를 향해 달려드는 느낌이었다. 

안개를 봤다는 기쁨과 약간 무섭다는 느낌을 동시에 받았다. 

 

 나는 새벽에 호수에서 몰려오는 안개를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다. 어떤 느낌이고 어떤 촉감인지 내 피부로 생생하게 느껴보고 싶다. 


 예전에 창녕 우포늪 주변에서 일출과 함께 물안개를 보려고 갔었지만 실패했다. 

 자연이 주는 신비로운 일들은 아주 많다. 

 안개도 그중 하나가 아닐까. 

안개의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경험을 다시 한번 오롯이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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