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저희 부부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는 자료가 하나 있습니다. 결혼식 당시의 모든 순간을 예쁘게 담은 영상인데요, 볼 때마다 저와 아내 모두 함박웃음을 짓게 됩니다. 특히 저는 결혼식에 참석한 지인들의 영상편지를 즐겁게 보는데, 지인들의 축하멘트를 들어보면 이런 멘트가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주영이(=아내)랑 동영이(=저)가 드디어 결혼을 하네. 할 줄은 알았는데 생각보다 조금 늦어졌다~?"
"간다고 간다고 한지가 7년이 됐는데 드디어 가네요(웃음)"
"대학교 때부터 쭉 사귀어서 결혼까지 간다는 게, 사실 많은 커플들을 봐왔는데 이렇게 된게 처음이라서 되게 신기하기도 하고..."
뭔가 보통 인연은 아니다 싶으시죠? 네 맞습니다. 저희는 서로가 스무살이었던 시절에 처음 연애를 시작해서 9년이란 시간을 사귀고 결혼까지 한 신혼부부입니다. 언제나 아름다웠던 시간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도, 서로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남들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 매거진에 담아낼 글들은 모두 저희 부부가 처음 만난 순간부터 결혼할 때까지의 수많은 기억입니다. 돌이켜보면 정말 많은 일들이 저희 부부에게 일어났었습니다. 사귀기 전 동아리에서 서로의 마니또 역할을 했던 일, 이유없이 아팠던 이유로 응급실과 병실에서 같이 시간을 보냈던 일, 군입대 당일 병원 진료때문에 전화로 울면서 아내와 마지막 인사를 나눴던 일, 이런저런 일로 무려 2년 동안이나 결혼식을 준비했던 일 등 '이렇게까지 다양한 일이 우리한테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많은 일이 있었거든요.
이제 저희 둘만의 기억으로 남기지 않고, 이 매거진을 읽게 될 당신과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당신이 연애 초반에 닿은 사람이든 결혼 직전에 이른 사람이든, 저희가 담아낼 경험이 당신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특히 이런 징크스를 매우 믿는 당신이라면 더더욱 말이죠.
'군대가면 여자가 고무신 거꾸로 신는다'
'전역할 때되면 남자가 생각이 달라져서 헤어진다'
'오래 사귄 커플은 결혼 못한다'
어찌보면 저희 부부는 이 모든 징크스를 극복한 산증인입니다. 스무살 대학교 새내기 시절에 만나 군대 2년도 다 견뎌내고, 오랜 연애기간을 거치고도 결혼에 성공한 사람들이니까요.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저희가 결국 해냈듯이, 앞으로 이 매거진을 읽을 당신도 이 징크스를 이겨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아아, 나에게 위안을 주고 원조를 주는 천사여!'
이 매거진을 쓰기로 결심하게 해준 현진건 작가의 소설 '빈처(貧妻)'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에게 천사가 되어주었던 주인공 K내외처럼, 저희도 서로를 위한 천사로 살았었습니다. 이제 그 기억의 현장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이 매거진을 읽는 당신이 위안을 주고 원조를 주는 천사이기를, 동시에 당신에게 위안을 주고 원조를 주는 천사를 만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