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8일 새벽 1시 25분. 저와 아내가 '우리'가 된 시간입니다. 이 시간이 생겨난 것에는 그보다 전날인 6월 7일에 있었던 일들이 꽤나 영향을 미쳤었습니다.
엉망진창이었던 데이트를 끝낸 다음 날, 저는 동기와 선배들에게 쓴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날 들었던 소리는 그게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2012년 1학기 마지막 동아리 총회를 끝내고 동기, 선배들과 뒤풀이 장소를 가는데 몇몇 사람들이 '동영아 주영이 어딨어?'와 같이 저와 아내를 엮으려는 말들을 했었습니다. 학기가 끝나가는 시점에 그 말을 들은 저는 뭔지모를 급박함을 느꼈었죠.
뒤풀이가 끝난 밤, 저는 집에 와서 아내와 평범한 카톡을 주고 받았었는데, 아내가 갑자기 동기 K를 긍정적으로 보는 얘기를 했었습니다. 그 동기는 당시 동아리 내의 여자 동기들 중 가장 '걸크러쉬'라는 말이 어울리는 친구였는데, 그 때의 아내는 K의 그런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마치 여자 아이돌 멤버를 좋아하는 여성 팬처럼 자주 어울려 다녔습니다. 평소에는 아내의 그런 모습이 좋아 보였는데, 그 날 따라 아내가 K에 대해 얘기하는 모습을 보고서 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어찌보면 질투심이고, 어찌보면 위기의식이라고 할 수 있는 감정들이었죠. 그 K가 분명 여자 동기임에도 말이죠. 그래서 저는 아내에게 제 본심을 표현하기로 결심합니다.
저기...네 마음에...K말고 내가 있으면 안돼?
아내는 몇 초 동안 답이 없더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냐는 식의 답장을 연달아 보냈었습니다. 그제서야 아내가 제 본심을 알게 된거죠. 기숙사에 있던 아내는 룸메이트 언니들이 함께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외마디 비명을 질렀습니다. 룸메이트 언니들은 모두 놀라 아내에게 이유를 물었는데, 아내가 다른 말 없이 제가 보낸 카톡을 보여주니 모두들 아내보다 더 흥분한 상태로 돌변했었죠. 겨우 마음을 진정시킨 아내는 제게 '너 나랑 사귀면 많이 힘들건데 괜찮아?'라고 물었었습니다.
지금은 왜 그런 질문을 했던 것인지 이해가 가지만(왜 그랬던 건지는 뒷 이야기들에서 천천히 풀어보려 합니다), 그 때의 저는 '왜 그런 걸 묻는거지? 내가 마음에 안 드나?'라는 생각을 하며 당연히 괜찮다고, 너와 꼭 사귀고 싶다고 적극적인 어필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어필을 본 아내는 긴 망설임 끝에 제 마음을 받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