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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니 Apr 07. 2023

수제 버거 만들기 어렵지 않아요

참깨 햄버거빵, 쇠고기다짐육

어렸을 때 외삼촌께서 수제 버거를 만들어주신 적이 있다. 레스토랑 햄버거라며 양파, 샐러리 등 다양한 야채를 다져 넣어 만든 두툼한 패티를 지글지글 구워서 만들어주신 햄버거 맛의 충격을 잊을 수가 없다. 그 시절에는 햄버거=패스트푸드 인줄만 알고 있었지 수제 버거의 개념이 잘 없던 때여서 햄버거가 이렇게 맛있을 수도 있구나 하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만드시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이것은 내가 만들 수 있는 음식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같이 하게 되었으니 이후로 수제버거가 유행을 하기 시작하게 되었지만 감히 저 번거로운 것를 직접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수제 버거를 간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굳이 고기에 이것저것 야채를 넣고 힘들게 반죽하지 않아도 그냥 다짐육을 굽기만 해도 맛있다는 것을.

수제버거 만들기 어렵지 않은데?

코스트코에 가면 핫도그빵 옆에 나란히 참깨햄버거빵이 있다. 18개에 7990원이니 개당 500원이 채 안되는 가격인데 개별포장까지 되어 있어서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가 하나씩 해동해서 먹기도 좋다. 우리는 일단 네 식구가 두세번 먹고 나면 어느 정도 소진이 되고 남는 것만 냉동실에 넣고 생각날때 꺼내 먹는다.


그리고 또 한가지 필요한 것은 냉장 쇠고기 다짐육. 기본적으로 이 두가지만 있으면 된다. 나머지 재료들은 옵션.

힘들게 반죽 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저 다짐육을 동글납작한 모양으로 소분하면 된다. 치대면 오히려 더 질겨지니 그냥 비닐에 넣기만 하는거다. 랩을 잘라 쓰기도 번거로우니 작은 위생백 하나에 하나씩 넣으면 딱 좋다. 내가 뚝뚝 떼서 동그란 공처럼 만들어 놓으면 옆에서 둘째군이 뚜껑을 이용해 납작하게 눌러놓는 작업을 한다.


크기는 햄버거 빵 크기에 맞춰보고 고기를 구울때 약간 수축되니 빵보다 조금만 크게 만들면 좋다. 마침 밀폐용기 뚜껑 중 사이즈가 비슷한 것이 있어 그것을 이용했다. 그래도 양은 좀 일정하게 하는 것이 좋으니 120g 정도로 맞췄는데 우리 가족에게는 딱 좋았다. 가운데를 살짝 눌러놓으면 익힐 때 편하다.


이렇게 만들어서 그대로 냉동실에 넣었다가 필요할 때 해동해서 먹으면 된다. 간은 따로 하지는 않고 해동할 때 소금, 후추를 앞뒤로 살살 뿌려놓는다. 바로 굽게 되면 굽기 전이나 구우면서 간을 해도 된다.

그 밖에 넣은 재료들은 양상추, 양파, 토마토. 늘 이렇게 갖춰 먹는 것은 아니지만 처음 한번은 제대로 만들어 보겠다며 토마토까지 썰어 놓았다. 역시 조금 번거롭더라도 정석대로 만드는게 가장 맛있기는 하다. 양상추는 잎을 떼서 잘 씻고 물기를 털어 한장씩 차곡차곡 쌓아두고 양파도 슬라이스해서 준비했다. 굽지 않고 생으로 먹을 때는 물에 담궈서 매운 맛을 빼놓는 것이 좋다. 우리는 생으로 이렇게 넣기도 하고 가끔은 구워서 넣기도 한다.


재료가 모두 준비되면 우선 버터를 두르고 햄버거빵을 굽는다. 완전히 익힌다기 보다 버터향을 내주고 바삭한 느낌을 주도록 살짝만 구우면 된다.

그 다음으로 팬에 버터를 두르고 고기를 익힌다. 패티가 너무 두꺼우면 잘 익지 않기에 고기 익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네 명이지만 첫째군이 더블패티로 먹겠다 하여 다섯 장을 구웠다. 고기를 굽는 동안 빵에 소스를 바른다. 허니머스타드를 발라도 좋고 샐러드 드레싱을 발라도 되고 우리는 케요네즈(케찹+마요네즈)를 만들어서 발랐다.


고기가 거의 다 익으면 마지막으로 치즈를 한장씩 얹고 불을 끈다. 남은 열로 자연스럽게 치즈가 녹을 수 있도록. 그리고 이제 조립만 하면 된다.

아래쪽 빵에는 치즈 이불 덮은 고기를 올려놓고 위쪽 빵에는 양상추-양파-토마토를 올려놓는다. 그리고 양쪽을 합치면 끝. 접시에 예쁘게 담아서 나이프로 잘라 먹어도 되고, 아이들은 먹기 좋게 랩으로 꽁꽁 싸서 반 잘라 주기도 한다.


햄버거빵이 아직 남아 있으니 다음날은 응용을 해보았다. 비슷한 과정으로 만들되 고기패티 대신에 스크램블 에그와 베이컨을 넣었더니 근사한 브런치 요리가 되었다.


또 어떤 날은 치킨 텐터나 새우까스를 넣고 치킨버거, 새우버거를 만들어 먹기도 했다. 가끔 해시브라운을 넣어서 먹기도 하고 사이드 메뉴로 함께 먹기도 한다. 햄버거빵 한 봉지를 할때 저걸 언제 다 먹나 싶지만 의외로 이것저것 만들어 먹다 보면 금방 다 먹게 된다.

햄버거 하나에 만원 가까이 하는 요즘. 4인 가족이 햄버거 세트를 사먹으면 몇만원씩 나오곤 하는데 이렇게 집에서 만들어 먹으면 굽는 내내 맛있는 냄새와 함께 저렴한 가격으로 원하는 스타일의 수제 버거를 양껏 먹을 수 있다. 생각보다 만드는 과정이 어렵지 않으니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한번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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