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무한한 마음의 유한한 기관이다' - 에머슨
나는 내가 쓰는 표현들에 아쉬워 책을 읽고 새로 읽힌 낱말들을 모아 적는다.
내가 만족하리 만큼 내가 표현할 줄 알게 된다면 나에게 지금 그 어떤 마음의 불치병 같은 고민들도 고쳐나갈 수 있을 거라 굳게 믿는 구석이 있었나 보다.
항상 남에게 지혜롭게 표현하지 못한 내 모습에 불만을 느꼈기에.
이런 욕심도 언제 부턴가는 의식의 흐름을 끊을 만큼 커져 나는 마음 한편에 뻐근함을 느끼고 있었다. 이 세상의 모든 표현들을 부지런히 건져서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항상 다시 깨닫게 되는 건, 글은 채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머릿속을 밀물처럼 정신없이 채워도 결국 썰물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무엇인가 떠오르게 된다는 것을.
항상 그 쓸려간 물아래로 내가 그동안 바라던 글들이 떠오른다.
물론 머릿속을 정신없이 채우는 일 또한 중요했기에 얻을 수 있는 수확이지만, 결국 남게 되는 것들은 모든 것이 다 흘러간 후에야 보여 건질 수 있는 생각들이다.
내 마음 안에서도
누군가 밀물처럼 다가와 내 마음속을 채우게 되더라도,
결국 그 마음을 쓸려 보낼 때 그제야 보이게 되는 것이 있더라고.
갯벌 안에 진주처럼 떠오르더라고,
밀물의 흐릿한 물길에 가려져 그 아래에 아직 우리가 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비로소 흘려보낼 때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서로를 충분히 소중히 했으면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과 머릿속을 잡생각들로 혹은 누군가로 채우다가 비웠다가를 반복한다.
바다가 그렇듯 그런 건 하루에 한 번으로 족하다고 자연이 지혜롭게 가르쳐주는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