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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plash Nov 18. 2018

시간의 속성은 아쉬움이라서





나얼이 올해 발표한 앨범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계속 떠오른다. 이번 앨범에 만족을 하냐는 질문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만족을 하고 있다'라고 했다. 또 '누군가의 기대치에 만족하는 음악보다 그는 그가 스스로 만족하는 앨범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가 오래 사랑받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는 이미 20대에 정상에 올랐음에도 그의 최근 앨범을 들으면 그는 여전히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대중의 반응보다 그가 후회나 미련을 남기고 싶지 않기 때문에 더 연습한다는 것이 결국 그를 여기까지 오게 하지 않았나 생각하게 된다.





인생을 잘 살고 있다는 기준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모호해져만 간다. 회사에서 나의 평판이나 나의 실적은 사실 나에게 잘 살고 있는 기준의 일부에 불과하지 전부가 될 수 없다. 내 주변 사람들의 나에 대한 평판도 이 기준에 어느 정도 일부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완벽한 척도가 될 수 없다. 그 순간에 잠시 이런 것들이 나의 삶에 전부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곤 해도 좀 더 깊게 내 인생을 돌이켜본다면 '과연 나는 정확한 정답이 있지 않는 이 기준에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퇴근 후 돌아와 골방에서 내일 출근 전까지 자는 시간을 세어가며 나만의 시간을 재고 있을 때 불현듯 떠오른다. 신에게 기도로 물어봐 즉각 응답을 해주신다면 그것만큼이나 선명한 대답은 없을 텐데. 그런 생각 중에 내가 과거에 가장 미련을 남기고 있었던 것은 바로 '시간'이라는 걸 알았다.


앞으로 모든 것에 시간이 많을 줄 알았던 과거에는 많은 일들을 미래로 보내고 그게 정말 미룰 수 없을 때에 하곤 했다. 하지만 이런 습관은 내 시간에 대한 나의 오만이었다. 이런 시간에 대한 오만한 태도는 내가 누군가와 대화하는 태도에서도 게으르다는 걸 깨닫게 해 줬다. 항상 나는 모든 인연들에게 그 사람들과 언제든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고 생각하고 그들에게 내 마음보다 적은 신경과 관심을 표했었다. 그게 가족이건 친구이건 지인이건 연인이건 간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다 인연이라고 말하지만 그 사람과 나눌 수 있는 대화의 시간, 주제도 또 다른 인연,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머릿속에서 좋은 인연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을 막상 만났을 때 다 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남게 된다는 것, 마치 내가 상상하는 이상형의 사람을 만나는 순간을 머릿속에 그리는 것처럼 내 마음 안에 누군가와 어떤 사소한 대화를 하는 상상도 어느새 습관이 되고 있었다.


시간은 일방통행이기 때문에 다시 돌아갈 수 없어 돌아보는 시선은 항상 아쉬움 비슷한 감정이 맺혀있다. 다시 돌아가 조금만 바꾼다 해도 그때와 같이 모든 게 동일하게 흘러갈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그 기억들은 더 귀하게 느껴진다. 완벽한 타이밍에 감사하기도 하면서, 지랄 맞은 시간에 지금도 떠올리면 마음이 아릴 때가 있었다. 모든 시간여행의 영화들이 결론이 '현재를 살아라’로 이어지는 이유도 아마 이유에서 일 것이다.



시간의 속성이 아쉬움인 것은 다시 돌아볼 때에 결정할 수 있는 선택들이 더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 일 것이다. 어떠한 일에 과정 안에 있을 때보다 결과가 나왔을 때 우리는 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후'라는 위치는 좀 더 '이전' 혹은 그 '과정'에 위치보다 좀 더 후회 없는 결정들이 보일 수 있는 스스로가 객관적인 관찰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티보다 남의 티를 더 잘 보게 되듯이 스스로를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이 생기게 된다. 


결국 현재가 과거가 되는 순간 우리는 그 과거의 인물을 타인을 바라보는 것과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우리가 타인에게서 아쉬운 모습들을 더 쉽게 찾듯이, 우리도 과거의 우리들에게서도 그런 모습을 찾게 된다. 어쩌면 거꾸로 우리가 희망을 거는 우리의 미래의 모습은 우리가 항상 남에게서 바라는 말도 안 되는 그런 이상향의 모습을 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그런 과거의 나를 자꾸 떠올리며 더 좋은 선택을 하는 그런 상상을 하곤 했었다. 무의식적으로 과거에서 미련을 많이 챙겨 오고 있었던 거다. 앞으로도 이런 아쉬움은 계속 느낄 것이고 지금 이 습관을 없애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어떤 작은 것 하나에도 그때의 감정에 얽매여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더 아쉬움이 남지 않는 쪽으로 나를 계속 밀다 보면 결국 그게 내가 앞으로 남은 시간에 기댈 수 있는 희망으로 바뀌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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