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에살어리랏다 #퇴사요양일기
산청 요양 2일 차. 하루가 긴 듯 짧다. 오늘은 일어나서 펜션 사장님과 함께 덕산시장에 방문했다. 편의상 풍사님(풍안펜션 사장님)이라고 칭하겠다. 시장은 풍사님의 제안으로 가게 된 것인데, 안 그래도 2주간 머무는 동안 먹을 식량이 부족하다고 느끼던 차에 시장에 가게 되어, 마음 한편에 안도감을 싣고 차에 올랐다.
내가 머무는 펜션은 풍안펜션이라는 곳인데, 나중에 더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사장님께서는 참 좋은 분이시다. 한 마디로 하면 다정한 사람. 말투와 행동에서 다정함이 묻어 나오시는 분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더 잘하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다정치로 그에게 대답하고 또 웃음을 보일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최대치의 화답이 아닐까.
모쪼록 각자만의 다정함을 장착한 두 여인들이 탄 모닝은 10분쯤 달려 어느새 덕산 시장에 도착했다. 4일과 9일마다 열리는 덕산시장은 그 규모도, 물건을 파는 사람들도 소박하고 아담했다. 그 분위기가 좋았다. 게다가 현지인인 풍사님과 함께하니 더할 나위 없이 든든했달까..?
참, 시장에는 설기를 데려오지 않았다. 오히려 잘한 선택이라 생각 들었던 것이, 시장 골목은 거리는 좁았고 바닥에는 야채와 생선들이 깔려 있어, 만약 설기가 왔다면 이 친구를 케어하기 위해 꽤나 신경이 쓰였을 것이다. 또한 그 순간의 분위기나 정취의 정도도 오늘 같지는 않았을 것이다.
덕산시장에서는 과일, 약초, 생필품, 그리고 잡화까지 다양한 것들을 팔고 있었다. 나중에 산청의 #덕산시장을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무조건 현금을 챙겨가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순진하게도 서울의 시장처럼 이곳 또한 계좌이체나 카드결제가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택도 없었다. 결국 풍사님께 5만 원을 빌려 현금으로 필요한 물품들을 다 구매했다. 애호박 1개와 가지 2개가 2천 원 밖에 안 한다니요! 아아, 어떻게 이곳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이와 더불어 오래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해먹을 요량으로 카레가루를 사 왔다. 사실 더 많이 샀다. 콘프로스트, 우유, 바나나, 고추장, 새우깡, 카누 등등 산청 생활이 더욱 즐거워질 수 있을 것들을 장바구니에 담아왔다.
오전의 장보기가 끝나고선 펜션 근처 산속으로 올라가 평상에 누웠다. 유일하게 챙겨 온 책은 이슬아 작가의 '심신단련'이라는 책이다.
신체뿐만 아니라 마음도 단련이 필요하다
는 그의 문장을 읽고 지금의 나에게 더할 나위 없는 책이라 생각했다. 웰니스 산청답게, 산청군 삼장면은 마음도 몸도 생각도 보다 더 건강해질 수 있는 모든 여건이 마련된 곳이다. 남은 것은 내 의지뿐. 평상에 누워 숲을 본다. 핸드폰에서는 아소토 유니온의 'think about you'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가만히 노래를 들으며 평상에 누워있던 내 눈에는 눈물이 핑 돌았다. 흐르진 않았고 그냥 조금 눈이 촉촉해진 정도였다. 이유는 왜였을까? 아직은 모르겠다. 무엇이 파도를 일으켰는지는 모르겠어서 이 복잡한 마음을 좀 더 지켜보고 싶다. 집에 가기 전에는 이 눈물의 의미를 알 수 있으려나.
다정한 풍사님과 다정한 미아는 저녁이 되어서 각자의 할 일을 마치고 마당에 앉아 다정한 이야기를 나눈다. 나에게 멋진 것은 다하고 있다는 풍사님의 말과 '에이~ 아니에요. 그냥 하고 싶은 거 하는 거죠.'라고 대답하는 나. 풍사님은 마당의 잡초를 뽑고, 나는 설기를 돌보는 중이었다. 이렇듯 각자의 할 일을 하는 와중에 곁눈질로 관찰하고 파악한 단서들로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대화의 마무리는 오가던 말속에서 떨어진 온기로 맺어진다.
아, 이곳이 좋다. 이 사람들이 좋다. 그리고 나는 이 다정함에 흠뻑 취해버릴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