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a 미아 Aug 04. 2021

‘동화 같은 일이 생겨도 재밌겠다’ 싶었다.

#미아로그 #퇴근길 #막차

    퇴근 후 뛰어서 막차를 타고 집에 가는 길, 너무 피곤했는지 광역버스 안에서 잠들었다. 보통은 집 근처에 다와 가면 깨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차고지까지 도착해서야 정신이 들었다. 몸을 실은 버스에서 대책 없이 잠들어버린 것처럼, 휘적휘적 대책 없이 차고지를 걸어 나왔다. 시간은 12시가 넘었고, 내가 내린 곳은 가로등도 거의 없는 외진 곳에 위치한 차고지였다. 이와중 다행이라고 할 점은 차고지가 집까지 걸어갈 수 있을 정도의 거리에 있었다는 점이다.


25~30분 정도 걸으면 되지 않으려나

대충 주변을 둘러보고 방향을 살핀 뒤, 집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한 5미터쯤 걸었을까, 눈앞에 택시가 서있었다. 걸어가기로 했으면서 냉큼 올라타버린다.

기사님은 여성분이셨다. 늦은 시간에 어떻게 여기까지 왔냐는 물음에 '차에서 졸다가 차고지까지 왔네요..'라는 대답을 했다. 뒷좌석에 앉아 가는 길 내내 밤하늘을 봤다. 하늘 구석구석에 있는 구름들이 달을 가렸다 보여줬다 한다. 구름이 일랑거려도 계속 밖을 보던 나는 결국 보름달을 발견했다(예쓰!). 밤 구름 속에 숨겨졌던 보름달을 본 것이 동화처럼 느껴졌다.


“몇 동에 내리세요?”
“8동 이요.”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며 자연스럽게 8동으로 향하시는 기사님. 어랏, 보통은 어느 방향인지 물어보시는데, 이 기사님은 안 물어보시네?.. 알고 보니 나와 같은 아파트에 사셨던 택시기사님. 자기는 1동에 살고 있다며, 잘 들어가라고 인사를 건네셨다.


“감사합니다.”

가벼운 인사를 하고 문을 닫았다. 집에 들어오니 벌써 새벽 한 시다. 집에서 좀 더 마무리하려고 욕심내 일을 들고 왔지만, 오늘은 그냥 자야겠다. 꿈에서는 왠지 더 동화 같은 일들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20.06.20


작가의 이전글 68만 원으로어른이 되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