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니 뭐니 해도 집밥이 최고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나는 지난 한 달간 출장으로 호텔 생활을 했다. 주방이 딸린 객실이었지만, ‘피로+시간 부족+저렴한 식당 음식’을 이유로 한 달 내내 매 끼니를 식당에서 먹었다.
물론 탈이 났다. 마닐라 식당들은 모든 음식이 심하게 짠데, 이런 음식들을 계속 몸에 밀어 넣으니 탈이 날 수밖에.
타지에서 밥 먹는 얘기를 하니 여행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내 여행 방식은 일주일 이상 한 곳에서 머물며 현지인 같은 생활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호텔에서 지내며 매끼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면 사흘 안에 반드시 탈이 난다.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그러다 에어비앤비를 알게 됐다. 방을 내놓은 호스트에 따라 주방을 사용할 수 있는 곳들이 많고, 현지인의 집에 머물게 되니, ‘호텔+관광지’ 식의 여행을 기피하는 내게 딱 알맞은 숙박 형태였다.
아침은 빵과 잼을 사다가 ‘집’에서 먹고, 점심은 여행지를 돌아다니다 눈에 드는 레스토랑에서 먹고, 저녁은 슈퍼마켓에서 간단한 재료를 사 해 먹거나, 가벼운 포장음식을 사 가지고 집에서 먹는다. 저녁을 먹은 후에는 동네를 산책하거나 동네 주민들의 아지트인 듯한 바에서 술을 한 잔 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현지인들과 대화를 나누게 되고, 나도 마치 그곳에 사는 주민인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여행을 할 때는 먹는 것 때문에 탈이 나지 않는다.
마닐라에서 돌아온 후 일주일 간은 과일과 시리얼, 야채 등으로 연명했다. 고기가 물릴 대로 물린 상태였던 데다 내 몸이 ‘디톡스’를 요구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나니 제대로 된 집밥이 마구 땡겼다. 고기를 떠올려도 더 이상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슈퍼마켓의 정육 코너를 둘러보다, 여전히 눈이 가지 않는 돼지고기는 건너뛰고, 소고기 한 덩이를 샀다. 불고기가 먹고 싶어 졌다.
밥을 안치고, 불고기를 재우고, 된장국을 끓이고, 내가 없는 동안 알아서 잘 자라준 깻잎을 따고, 돌솥을 불 위에 올렸다.
시간과 노동이 들었지만, 5주 만에 먹는 집밥인데 이 정도쯤이야.
아주 오랜만에, 정말 맛있고 만족스러운 밥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