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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심채를 아시나요?

by 이주아

여행의 가장 큰 묘미가 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나는 늘 같은 답변을 한다.

“현지 사람들 속에 섞여 현지 음식을 먹는 것”이다.

특히 어디서나 흔해서 자주 먹어 본 외국음식은 꼭 한번 현지의 맛을 보고 싶어 진다. 예를 들면 피자, ‘이태리 정통’ 셰프가 요리했다는 파스타라든가, 미국 캔터키에서 온 프라이드치킨, ‘타지마할’,’ ‘봄베이’ 같은 이름의 식당에서 내는 커리 등등.

아무리 어디 어디 정통 요리사가 만들었다지만, 사실 음식재료가 자란 땅이 다르니 똑같은 재료를 가지고 똑같은 요리사가 만들었다 해도 요리의 맛은 현지에서 만드는 것과 다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금 여기에 사는 손님들의 입맛에 맞춰 ‘현지화’하다 보면 그 맛은 현저하게 달라지게 마련이다.

현지화된 외국음식이 결코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어떤 간절한 이유로 그 요리가 탄생된 곳에서 만든 것의 첫맛을 알고 싶은 호기심이랄까.


이번 마닐라 출장 중 어느 주말, 현지인 동료 덕분에 아주 제대로 된 현지 밥집 체험을 하게 되었다. 두 주간 쇼핑몰 고급 음식점만 들락거리다, 비까 번쩍한 고층건물이 없는 변두리로 나가 서민들의 단골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가격은 서너 배 싸지만 그간 다녔던 여느 식당보다 훨씬 맛있었다.

메뉴를 살펴보는데 이름 하나가 확 눈에 들었다. ‘Water Spinach’, 공심채다.


내가 공심채를 처음 접한 건 약 오 년 전 파리에 사는 친구를 방문했을 때다. 이 친구는 인도네시아 출신의 부모 밑에서 자란 네덜란드 남자와 결혼했는데, 손님이 왔다고 친구 남편이 직접 요리를 했다. 요리를 자주 하지는 않지만, 엄마에게 물려받은 몇 가지 요리에는 꽤 자신 있어서 손님이 올 때마다 이 요리들을 한단다. 그중 하나가 바로 공심채 볶음이었다. 영어로는 Morning Glory 혹은 Water Spinach라 불리며, 동남아에서 아주 흔하게 먹는다고 한다.

시금치처럼 물에 데치기보다 기름에 휘리릭 볶는데, 곳에 따라 피쉬소스, 간장 혹은 소금으로 간을 한다. 간하는 재료는 다르지만, 마늘은 꼭 들어간다.

부드러우면서도 아삭하고, 향이 너무 강하지도 그렇다고 약하지도 않은 이 나물에 젓가락질을 계속 하면서 언젠가는 동남아에서 꼭 먹어보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아. 정말 맛있더라.


영국으로 돌아와 중국 상점에서 공심채를 사다 해 먹었다.


내가 했지만, 정말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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