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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 먹기 힘든 떠돌이 인생

이름대로 살아요

by 이주아

내 이름의 뜻은 조금 특별하다.


보통 여자아이의 이름에 사용하는 ‘구슬 주’ 같은 예쁜 뜻을 지닌 한자가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은 들어본 적도 없고 어떤 단어에 사용되는지도 잘 모르는 ‘두루 주’다.


소문에 의하면, 얼른 아들을 낳아야 하는 종갓집에서 맏딸에 이어 둘째도 딸이 나오자 이 집의 어른인 할아버지께서 이름도 지어주기 싫다고 아빠께 맡겨버렸고, 아빠는 둘째 딸의 이름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출생신고를 하러 가신 곳에서 가장 획수가 적어 보이는 쉬운 한자를 골라 이름을 만들어 신고하셨단다. 그렇게 선택된 두 글자가 ‘두루 주’에 ‘아이 아’이다.


사람은 이름대로 산다고 했던가.

딱히 의도된 의미가 없는 내 이름을 내 맘대로 해석하자면, ‘두루두루 이리저리 관심이 많아 먹고 싶은 것도 많고 가고 싶은 곳도 많은 떠돌이 인생’이다.


가끔 ‘언제 정착할 거냐’라고 부모님께서 물으실 때면, 나는 아주 당당하게 아빠 핑계를 댄다. 아빠가 지어주신 이름대로 살고 있다며.


주말을 이용해 여행을 하고 돌아와 4일 만에 내가 만든 집밥을 허겁지겁 먹으면서, 집밥도 못 먹는 여행에 나는 왜 이리 목을 매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하다, 내 이름에 관한 얘기가 떠올라 끄적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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