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맛있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최고의 데스티네이션.
하지만 훌륭한 음식과 ‘오트 퀴진’으로 너무 유명해진 나머지 만드는 사람이나 먹는 사람이나 기대치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점점 높아지는 바람에, 진짜 훌륭하다는 프랑스 음식을 먹으려면 유명 셰프의 이름이 걸린 곳이나 미슐랭 별이 붙은 비싼 레스토랑에 가야 한다. 프랑스 내에선 프랑스 음식이 ‘현지 음식’인데도 말이다. 중저가의 카페나 ‘비스트로’ 같은 곳에서는 반 이상 다 만들어져 나오는 ‘ready-made’ 음식의 포장을 뜯어 데우고 멋지게 플레이팅 해 내놓는다는 사실은 프랑스 내에선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물론 이런 곳의 음식들도 프랑스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는 외국인 여행자들에겐 맛있게 느껴질 수 있으나, 어쨌든 이런 사실을 알고 나면 15유로 주고 키쉬 한 조각 먹느니 5유로 주고 맥도널드 버거를 먹는 게 훨씬 덜 아깝다.
비교하자면, 일본어와 중국어 메뉴를 보유한 명동의 다수 레스토랑에서, 한국 음식을 드라마로만 보고 그걸 먹겠다고 서울로 여행 온 중국인,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이만 원짜리 떡볶이를 파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이런 곳들에서는 떡볶이와 비빔밥, 갈비, 심지어 치맥까지 모든 인기 메뉴를 다 한다. 한 주방에서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제대로 처음부터 요리해 내놓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의 프랑스 사람들은 외식을 거의 하지 않고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한다.
주말이면 가까이 사는 친지나 친구들을 초대해 집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일이 흔하다.
크리스마스나 부활절 같은 가족 명절에는 이번에는 누구의 집에서 모일 건지, 누가 올 건지, 얼마나 머물다 갈 건지, 와인은 누가 챙겨 오고 치즈는 누가 가져올 건지, 메뉴는 뭘로 할 건지 결정하느라 수개월 전부터 매일같이 연락을 주고받는다. 이렇게 연락하는 과정부터, 장을 보고 요리를 하고, 샴페인부터 보르도, 까망베르부터 브리까지, 프랑스 전역을 아우르는 음식들과 함께 서너 시간에 걸친 끼니들을 거치는 동안 모든 사람이 참여하고 함께 즐긴다.
어린아이들도 어른들이 먹는 음식을 동시에 함께 먹는다. 물론 와인 대신 다른 음료와 함께.
요리하고 먹으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행위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삶 속에 녹아 있는 프랑스 사람들.
좋은 사람들에 둘러 싸여 와인 잔 한 손에 들고 이런 느린 시간을 보내다 보면, ‘아, 인생은 아름답지!’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