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이 오면

by 이주아

어제 먹으려다 배가 꺼지지 않아 못 해먹은 분식 스페셜을 오늘 해 먹었다.


스페셜이래봐야,

참치와 로메인 양상추를 넣어 만든 초간단 김밥 한 줄, 깻잎 어묵과 고기만두를 넣은 떡볶이가 전부다.


마음 같아서는 라면 한 사발과 튀김, 순대까지 곁들여 쯔양의 먹방 상차림처럼 화려한 분식 상차림을 만들고 싶었지만, 그러다가는 황새 쫓다 가랑이 찢어진 뱁새 신세가 될 것 같아 깔끔하게 포기했다.



재료도 거의 들어가지 않은 얇은 김밥 한 줄에 떡볶이 이만큼도 다 먹고 나니 배가 더부룩해진다.


사실 나는 분식류를 즐기지 않는다.

무의식적으로 맥도널드를 피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랄까.

한국식 패스트푸드나 다름없는 분식류는 재료의 품질면에서나 맛, 건강식 여부에 있어 여타 한국 음식들과 비교하면 최하위에 속한다.

단지 밀가루로 만들어서가 아니다.

쌀이 없어 밀로 만든 음식을 먹으라고 권장했던 가난한 시절을 대변하는 저렴한 서민음식이어서도 아니다.

똑같이 밀가루로 만든 손칼국수나 손수제비는 맛있고 건강한 음식이지 않은가 말이다.


그런데 가끔, 건강에 도움이 하나도 안 되고 그렇다고 대단히 맛있는 것도 아닌 이 분식류가 엄청나게 땡길 때가 있다.

좋은 재료로 만든 맛깔스러운 수제버거보다 천 원짜리 맥도널드 치즈버거 한 입이 더 맛있게 느껴질 것 같은 그런 날처럼.


쯔양 먹방을 보다, 그 많고 많은 맛있는 음식들 중 유독 분식류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나를 보면서, ‘아, 그 날이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날이 오면,

어찌 됐건 먹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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