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먹기 위해 떠돌이로 산다
정확히 15년 전 이 즈음.
나는 호주로 어학연수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생전 처음 부모님 집을 떠나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서 혼자 모든 것을 책임지고 결정하며 문제가 생기면 혼자 해결하면서 살아야 하는 막막한 미래를 앞에 두고, 나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흥분으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앞으로 어떤 생활을 하게 될지 전혀 그림도 그려지지 않는데, "맨 땅에 헤딩"하게 될 그 앞날이 나는 왜 그렇게 기대가 되던지.
그리고 나서 3년이 지난 해 이 즈음.
나는 어학연수에 이어 대학 공부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호주 생활 3년 동안 요리에 미쳐 지냈던 나는, 그간 아무리 기를 쓰고 용을 써도 재료가 없어 해먹을 수 없던 한국 음식들을 곧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또한 한국에 돌아가서 내가 만든 요리를 생전 처음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먹여줄 생각을 하니 어찌나 설레던지.
그로부터 2년 후 이 즈음.
나는 한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프랑스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는 프랑스어라고는 봉주르뿐이었지만, 요리의 대국이라는 프랑스에서 TV로만 보던 생소한 프랑스 요리들을 현지에서 맛보는 미래를 상상하며 잠을 설쳤다.
또한 호주 생활 3년 동안 요리와 함께 와인에 심취해 있었으니, 와인의 본국 프랑스에서 프랑스 와인에 대해 알아갈 생각을 하면서 머지않은 미래에 소믈리에가 되어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다.
그 후 6년 반이 지난 여름 즈음.
나는 프랑스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영국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6년을 살아도 영어만큼 유창해지지 않는 프랑스어 때문에 바닥으로 떨어진 자존감 회복을 위해, 영어의 본국에서 살기로 했다.
내 마음의 고향이랄 수 있는 호주가 6년 내내 너무 그리웠는데, 호주 문화의 모태인 영국 문화 속에서 살게 된다는 생각에 기쁨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또한 호주에서 내가 요리에 빠지는데 일조한 내 히어로 제이미 올리버가 사는 곳으로 간다니. 가슴이 콩닥거렸다.
그리고 3년 반이 흐른 지금.
나는 영국 생활을 정리하고 다른 곳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그 다른 곳이 어디가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지금까지 살아 본 나라가 아닌 곳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어디가 되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음식을 알아가게 될 것이라는 기대로, 오늘도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며 글을 쓰고 있다.
내 인생의 다음 장을 열게 될 그 곳.
얼른 나와라 뚝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