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살고 싶은 나라가 어디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일 초도 고민하지 않고 호주라고 대답한다.
처음 배낭여행을 갔던 나라.
처음 해외생활을 했던 나라.
넓은 세상을 향해 눈을 뜨게 해 준 나라.
먹을 것과 마실 것에 대한 숨겨진 내 열정을 알게 해 준 나라.
다른 사람들이 정해 놓은 인생의 길을 똑같이 따라 걷지 않아도 흉이 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
굳이 이유를 나열하자면 위와 같지만,
이 모든 것을 한 마디로 압축해 표현하자면,
"나는 호주에서 나를 찾았다."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 힘든 사회에서 무의식적으로 억압된 상태로 살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살다가, 호주에서 알을 깨고 문을 박차고 나왔다.
내가 보이지 않는 단단한 상자 속에 갇혀 살고 있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했었는데, 호주에서 살다 보니 그 상자가 보이더라.
그리고 상자 밖으로 나오니 비로소 내가 보이더라.
호주는 내게 자유를 주었다.
내가 나로 살 수 있게 해 주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집을 사고 아이를 번듯하게 키워 결혼까지 시키는 인생을 살지 않아도 실패한 인생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인생이 점점 더 짧게 느껴진다.
그런데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은 점점 더 많아진다.
세계를 경험할수록, 내 버킷리스트는 점점 더 길어진다.
인생이 너무 짧아 내가 원하는 것을 다 하고 살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은데,
인생이 너무 짧아 전 세계 모든 음식을 현지에서 먹어볼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은데,
내 버킷리스트에 들어 있지도 않은 다른 것들을 하려고 애쓰느라 내 인생을 낭비할 수는 없지 않은가.
세계 최고의 진이라는 핀란드 산 Napue 진을 마시고 있자니,
"죽기 전에 한 번은 살아 보고 싶은 나라" 목록에 핀란드가 슬그머니 들어왔다.
핀란드로 여행도 해 본 적이 없는데.
한 번 보고 와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