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 즈음이면 어디 가나 들려오는 단어가 하나 있다.
크리스마스.
이미 시내 곳곳의 카페와 레스토랑, 쇼핑센터에는 커다란 트리가 설치되어 있고, 친구들은 크리스마스 일정에 대해 얘기한다. 대부분이 영국 바깥에서 온 유럽 시민들이라, 다들 크리스마스 전부터 새해까지 휴가를 내고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러 본국으로 돌아간다. 영국 사람들은 엄청난 수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느라 선물 리스트를 작성하고 주말마다 하나둘씩 사 모으기 시작한다.
맨체스터는 영국 내에서도 특히나 더 크리스마스에 집착하는 도시다.
11월 초에 시작되는 크리스마스 마켓은 크리스마스 직전까지 6주간이나 지속되며, 레스토랑들은 이미 9월부터 크리스마스 디너 예약을 받는다며 공지를 내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도 10월이면 이미 크리스마스 특별 섹션을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나도 덩달아 11월 중순이 지나면 집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고 싶어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12월이 될 때까지 참아보려고 했는데, 며칠을 더 못 기다리고 결국 오늘 트리를 설치했다.
벌써 두 주 전부터 크리스마스 음악을 찾아 듣기 시작했으니 그래도 오래 참은 거다.
트리의 조명을 켜 두고 크리스마스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유럽식 먹거리들이 생각난다.
뱅쇼, 핫초콜릿, 칠면조, 훈제연어, 초콜릿 무스, 샴페인, 크리스마스 푸딩, 생강 쿠키 등등등.
마카롱과 아보카도, 석류 등도 왠지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느낌이다.
이렇게 나열해 놓고 보니, 어쩐지 대부분 평소에 자주 먹지 않는 음식들로 보인다.
비싸서 자주 못 먹거나, 너무 리치하고 칼로리가 높아서 가끔 특별한 날에만 먹거나, 추운 겨울에만 어울려서 다른 계절에는 먹지 않거나 등의 이유로 자주 접하지 않은 음식들을 '크리스마스니까 특별히 먹자'라며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먹다 보니 이 시기에 어울리는 음식으로 대중화된 건 아닐까 추측해 본다.
한국 명절 음식으로 정착된 갈비찜과 각종 전, 잡채 등도 그렇지 않은가 말이다.
손이 많이 가고 기름져 평소에 자주 먹지 않는 이 음식들이 상에 오르는 날이면 으레 '오늘 무슨 날이야?'라는 말이 나올 만큼 특별한 날 먹는 음식으로 여겨지고 있잖은가.
그래서,
한국인들은 명절을 보내며 살이 찌고,
유럽인들은 크리스마스를 보내며 살이 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