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감 사서 홍시 먹기

by 이주아

방금,

세기의 발견을 했다.

홍시 없는 곳에서 홍시를 먹을 수 있는 방법을!!!


나는 홍시를 엄청 좋아한다.

단감은 조금 떫고, 아삭거리는 다른 과일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데, 홍시는 모든 과일을 통틀어 다 물러터지고 상한 것 같은 상태로 먹는 유일한 과일이잖은가.


어린 시절 섬에 살 때 온 동네에 감나무가 있었다.

가을 끝무렵 감이 익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하면 동네 남자 어른들이 망이 달린 기다란 장대로 조심조심 감을 따서 온 동네가 나눠 먹었다.

그래서 홍시는 내게 가을에 공짜로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게다가 껍질을 칼로 깎는 수고도, 씹는 일도 하지 않아도 되는 최고의 과일이었다.


지금은 돈을 주고 사 먹고 싶어도 구할 수 없는 곳에서 살고 있다.

그나마 단감이라도 있어 다행이다.

이 단감을 사다 며칠 혹은 몇 주 동안 실온에 두면 조금 말랑해지는데, 아마도 실온에 오래 둔 과일이 상해 가는 과정일 것이다.

이 단감이 너무 말랑해지기 전에 먹으면 그나마 약간 홍시 먹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슈퍼에서 단감이 보일 때마다 사 온다.


그런데 얼마 전 집을 몇 주 비우기 전에 단감이 몇 개 남아 있길래, 버리느니 한 번 얼려볼까 하고 모두 깎아 얼려 두었었다.

오늘 이걸 먹어볼까 하고 실온에 꺼내 해동했더니 물컹한 상태로 녹았다.


홍시다!

홍시가 나타났다!


이런 기특한 발견이라니.

내일 당장 단감을 왕창 사서 모두 얼려야겠다.


오늘의 발견을 자축하며,

달짝지근 청포도맛 이슬방울 한 병 클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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