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돈까스 VS 슈니첼

by 이주아

나는 튀김요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내 몸이 지방을 잘 소화하지 못하는 터라 자연스레 지방이 많은 음식은 땡기지 않는 듯하다.

떡볶이 집에서도 주로 먹던 메뉴는 떡볶이와 오뎅, 순대였고, 튀김은 대개 추가하지 않았다.


올해로 외국생활을 한 지 14년째인데, 외국에 사는 한국 사람들을 만나 오랫동안 못 먹은 한국음식 중에 뭐가 제일 먹고 싶냐고 물어보면 십중팔구 짜장면에 탕수육이다. 그런데 나는 짜장면보다 울면이, 탕수육보다 마파두부가 더 그립다. 물론 한국형 중국음식만 놓고 봤을 때 말이다.


그런데 전 세계 수많은 튀김요리 중 없어서 못 먹는 나의 ‘최애’ 튀김요리가 딱 하나 있다. 바로 돈까스이다. 얇은 왕돈까스 말고 일본식 두툼한 돈까스. 그중에서도 가쓰동은 정말이지 엄청난 발명품이 아닌가 한다.

바삭한 돈까스를 밥 위에 얹고, 가쓰오부시 육수에 계란을 풀어 살짝 익힌 다음 돈까스 위에 끼얹어 나오는 한 그릇 요리. 흰쌀밥의 담백함과 가쓰오부시의 감칠맛이 튀김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적절한 양의 촉촉한 계란물 덕에 바삭함과 부드러움이 입안에서 함께 춤을 추며, 두툼한 고깃살로 씹는 맛도 놓치지 않는 이 요리는 권위 있는 어느 단체로부터 상을 받아 마땅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사는 곳과 여행지에서 스시전문점이 아닌 보통 일본 식당을 발견하면 가쓰동이 있는지 확인해보고 반드시 먹어본다. 물론 그동안 가쓰동을 먹어본 곳들 중 ‘정말 맛있다’고 평한 곳은 반도 채 되지 않지만, 그래도 가쓰동 비슷한 것을 맛보았다는 즐거움에 매번 만족스러웠다.


돈까스의 유래가 오스트리아의 슈니첼이라 했던가. 아니면 프랑스의 에스칼롭? 아니면 이탈리아의 밀라네사? 어느 나라의 누가 처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여러 나라의 고기 튀김 요리를 모두 먹어봐도 내 입맛에는 촉촉한 계란물을 끼얹은 일본식 가쓰동이 최고다. 여기에 심심한 미소국과 얇게 썬 양배추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


큰일이네.

사진을 보고 글을 쓰다 보니 침샘이 제대로 자극을 받았다.

먹어야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