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살아서 좋은 점 중 가장 최고의 것을 꼽는다면, 저가항공 노선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
지금까지 본 것들 중 영국 맨체스터 발 가장 저렴한 노선은 라이언에어의 밀라노 노선으로, 편도비용이 무려 9.99파운드다. 현재 환율로 약 한화 만 오천 원.
일반 기내용 사이즈 가방을 들고 타면 십 파운드가량 더 내야 하지만, 너무 크지 않은 백팩이나 핸드백만 들고 타면 추가 비용은 들지 않는다.
얼마 전 몰타에서 맨체스터로 오는 항공편은 19.99파운드였다.
라이언에어 외에도 수십 개에 달하는 저가항공사들이 수백 개에 달하는 유럽 노선을 운행하고 있으며, 이름만 아는 도시인데 항공료가 싸다는 이유로 계획도 없이 그냥 슬쩍 다녀오는 곳들이 생길 정도다.
예를 들어보자.
서울에 사는 내가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제주도의 어느 맛집이 나왔고, 그 음식이 지금 당장 먹고 싶어 졌다. 그런데 제주 가는 항공편 가격이 만원. 김포공항 가는 교통비는 이천 원이다.
부산에 다녀오는 것보다 빠르고 싼데, 당일치기 먹방여행을 안 할 수 없지. 뭐 여유 있게 다녀오고프면 하룻밤 자고 오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삼만 원 정도 되는 에어비앤비 방이 넘쳐나니까.
사정이 이러니, 시간 날 때마다 유럽 여기저기를 누비고 다니는 일이 엄청나게 쉬워졌고, 덕분에 유럽 각국의 저렴한 서민음식을 현지에서 맛볼 수 있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현지에서 먹어야 저렴하고 제 맛, 제 분위기가 나며, 꼭 거기에서 먹어야 할 것 같은 음식이 있으니, 바로 타파스다.
바르셀로나 중심가에 위치하며 영어 메뉴가 있고 테이블도 많고 손님들로 바글대는 고급 타파스 전문점 말고,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작은 도시나 마을에 있는, 테이블 서너 개만 갖춘 동네 술집으로 가야 한다.
한국으로 치면, 저어~~~기 전라북도 어느 작은 도시의 허물어져 가는 건물에 간신히 붙어 있는 반투명 미닫이 문을 열면, 누리끼리한 한쪽 벽에 한 장씩 뜯는 달력이 붙어 있고, 주름 자글자글한 주방장 겸 서빙 할머니가 손님을 맞는 그런 밥집.
그런 곳에 가면, 스페인어만 하시는 할머니가 술 종류를 보여 주며 뭘 마실 건지 묻는다. 술을 고르면 일단 술을 먼저 내어온 후 할머니가 주방으로 가서 뚝딱뚝딱 뭔가를 만든다. 안주다. 타파스다.
메뉴판은 없고, 그 날 있는 재료를 가지고 주방장 맘대로 만들어 내오는 타파스.
별 것 안 넣고 재료도 한 가지인데, 이런 맛이라니.
감동할 수밖에 없다.
접시당 1유로.
이런 곳에서는 그 날 이곳에서 만들 수 있는 모든 타파스를 한 접시씩 다 먹고 맥주를 세 잔 마셔도 십 유로면 충분하다.
이렇게 맛본 여러 시골 할머니들의 타파스 중 내 최애 메뉴는 ‘파드론 페퍼’.
맛과 크기, 생김새 등 모든 면에서 피망과 고추의 중간쯤 되는 것으로, 마늘과 올리브유, 굵은소금을 뿌려 태우듯이 굽는다.
그걸로 끝.
별 거 안 했는데, 대박 맛있다.
현지에서 재배한 신선한 재료니 그럴 수밖에.
언제 또 먹으러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