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달다구리

by 이주아

난 디저트를 즐기지 않는다.


내 몸이 유제품과 설탕을 잘 소화하지 못해서임이 분명한데, 식사 후 케이크를 먹는다거나 이것저것 쌓아 올린 달달한 커피를 찾거나 하는 일이 별로 없다.


그런데 가끔, 달달하고 느끼한 먹거리가 심하게 마구 땡길 때가 있다.

내가 사랑하는 밥과 빵을 통해 다량 섭취한 탄수화물만으로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기 부족할 때, 어서어서 지방과 설탕을 집어넣으라고 재촉하는 것 같다.


밥 먹은 지 두어 시간 후 운동을 하고 나서 손이 떨린 적도 있다.

영양실조도 아닌데, 얼마나 에너지가 부족하면 손까지 떨리나.

그 후로 몇 시간 이상 밖에 있을 예정일 때는 응급처치용으로 초코바를 두 개씩 챙겨 간다.

한국에서처럼 어딜 가나 편의점이 사방에 보인다면 좋겠으나, 유럽에선 꿈같은 얘기다.


어제도 오랜만에 달달한 게 엄청 땡겼던 날이다.

채식주의자 친구 덕에 두 주 이상 채식만 했더니, 드디어 몸이 뭐가 부족하다며 아우성이었던 듯.


뭘 만들어 먹을까 고민하다, 친구가 사과&귤 크럼블을 만들었다. 버터 대신 식물성 기름을 넣어 비건으로.

사실 크럼블의 포인트는 버터맛 많이 나는 빵가루 같은 토핑이다. 밀가루와 버터와 설탕으로 만든 이 토핑은 아마 소보루빵 윗부분에 올려진 바삭한 부분과 같은 것일 거다.


버터맛 진하게 나야 하는 이 토핑을 버터 없이 만들었는데, 어쩐지 버터가 들어간 것처럼 고소하게 느끼하고 달다.


달다구리가 몹시도 땡기던 내 몸.

약 70% 만족.


아마 한국에 있었다면 집 앞 빵집으로 달려가 소보루빵을 사 먹었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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