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탈리아에 살고 있다면,
아마도 나는 지금의 1.5배가량 되는 커다란 몸집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고 자꾸 손이 가는 이탈리아 빵 때문이다.
폭신하고 담백한 치아바타.
치아바타 같은 빵 반죽에 허브, 치즈 등으로 맛을 첨가해 구운 포카치아.
피자 반죽에 소스와 토핑 없이 구운 헐벗은 피자까지.
지금까지 먹어본 세계 각국 빵 종류 중 나는 이탈리아 빵이 제일 좋다.
치아바타는 마치 흰쌀밥 같다.
크루아상이나 브리오쉬 같은 것만 먹다가 어느 날 치아바타를 먹으면, 강렬한 맛의 닭갈비나 감자탕 같은 것만 먹다가 소박하고 담백한 백반 한 상을 받은 느낌이랄까.
딱딱한 바게트나 속이 꽉 찬 북유럽식 빵을 먹다가 말랑한 치아바타를 먹으면, 누룽지나 잡곡밥을 먹다 흰쌀밥을 먹는 느낌이다.
영양 면에서는 잡곡빵보다 못하겠지만, 매끼 먹어도 절대 질리지 않을 것 같은 빵이 바로 치아바타다.
아무것도 없이 그냥 먹으면, 빵 자체의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고 (비유하자면, 흰쌀밥만 그냥 먹을 때 씹으면서 느낄 수 있는 그 맛),
올리브오일과 발사믹 식초를 섞어 찍어먹어도 좋고 (간장과 참기름을 넣은 밥),
수프에 찍어 먹어도 좋고 (국이나 탕에 밥 말아먹기),
토마토와 치즈, 루콜라 등을 넣어 샌드위치 프레스에 넣고 눌러 구워 파니니로 만들어 먹어도 좋고 (볶음밥),
신선한 제철 재료가 없는 겨울엔, 말린 토마토, 아티초크, 올리브 등 병에 담긴 절임 재료들을 이용해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어도 좋다 (말린 나물 반찬을 넣은 비빔밥).
말하자면, 이탈리아 음식재료 중 뭘 이용해 곁들여 먹어도 맛있다는 얘기다. 어떤 반찬이라도 흰쌀밥에 어울리는 것처럼.
서유럽 국가들 중 음식 하나로만 평생 살고 싶은 곳을 고른다면, 난 단연코 이탈리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