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

by 이주아

요즘 이곳 슈퍼마켓에 가면 온통 핑크핑크다.

밸런타인데이가 있는 2월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1월부터 이미 그랬었다.

거기에 부활절 기간에 먹는 ‘핫 크로스 번(Hot Cross Buns)’이라는 빵도 벌써 나왔다. 올해 부활절은 4월 중순인데.

하긴, 크리스마스 카드도 9월부터 팔기 시작하는데 말해 뭐해.


나는 철학자도 아니고 사회학자도 아니지만, 이런 것들을 볼 때마다 참 궁금해진다.

왜 우리는 이다지도 뭔가를 축하하고 싶어서 안달인 걸까?


대다수의 국가와 문화에서 뭔가를 기념하는 날을 법적으로 지정해 국가 차원에서 행사를 하고, 종교적 기념일, 역사적 기념일, 개인적 기념일들을 기억하고 축하한다.

이런 대대적인 기념일이 없는 시기에는 앞으로 3-4달이나 남은 그 날을 기다리며 미리 그 날의 음식을 먹으며 마음의 준비를 한다. 바로 지금처럼.


삶이 빡빡하고 재미나는 일이 없어 그런 특별한 날을 핑계 삼아 잠시 즐거움을 느끼고 싶어서 이런 날만 오매불망 기다리는 것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보지만, 지금과는 많이 다른 삶을 살았던 옛날 사람들도 특별한 날 신나게 축제를 즐겼던 것을 보면 딱히 이게 답인 것 같지는 않다.


어쩌면,

인간의 몸은 기분을 좋게 하는 호르몬이 없으면 살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생성하기 위한 일을 자발적으로 만들어내는 게 아닌가 싶다.

어쩌면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행복’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딱히 뭐라 정의하기도 힘든 그 정신상태에 굳이 이름을 붙여서,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 어느 나라 사람들이 가장 행복한지를 얘기하며, 누구나 행복을 좇고, ‘소확행’이라는 말도 유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행복하려고 특별한 날을 만들고 축하하고 즐기는 건데,

과연 우리는 그로 인해 행복한가?


적어도 나는,

맛있는 핫 크로스 번을 먹을 때 행복한 기분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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