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밥이랑 김치가 제일이야~

by 이주아

내 여행의 최우선 순위는 여행지에서 현지 음식을 먹어보는 것이다.

그런데 가족 중 이런 사람은 나 하나뿐.

워낙 여러 면에서 돌연변이이다 보니, 나는 엄마가 어디서 주워다 길렀다고 했던 말을 철썩같이 믿었던 때도 있었다.


우리 가족 모두는 나를 제외하고 먹는 것에 그리 큰 에너지를 쏟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맛집을 일부러 찾아다니지도 않거니와, 새로운 음식에 대한 호기심도 거의 없다. 언니와 남동생은 그나마 나와 같은 세대이니 피자와 파스타 정도는 맛있게 먹지만, 색다른 맛과 향이 나는 동남아 음식들은 아직 어려워하며, 한국식 카레나 일본 카레와 다른 인도 커리의 강렬한 향에는 몸을 사린다.


내 세대도 이러할진대, 부모님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아빠는 찰진 쌀밥과 김치, 국물을 드셔야만 힘이 나는 분이고, 엄마는 뭐가 됐든 칼로리 보급용으로 새 모이만큼 드신다.


사정이 이러하니, 부모님과 함께하는 2주간의 북서유럽 여행을 계획하는 일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식사는 대부분 한국식으로 먹어야 하니 숙소는 주방을 사용할 수 있는 에어비앤비를 예약했다.

한인마트가 없는 곳에서는 쉽게 구할 수 없는 한국식 고춧가루와 참기름, 간장 등은 작은 통에 담아 챙겨 오고, 아빠는 커다란 캐리어 하나를 팩소주와 조미김, 라면, 포장김치, 각종 장류 등으로 채워 오셨다.


현재 우리는 런던에서 여행 중이다.

지난 3일간 아침과 저녁은 숙소에서 해 먹었다. 아빠가 가져오신 배추김치와 총각김치, 열무김치, 깻잎절임, 단무지, 김 등을 반찬으로, 닭볶음탕, 된장찌개, 삼겹살구이, 소고기구이, 양배추쌈 등을 해 먹었다.

점심은 한식이 아닌 것으로 식당에서 사 먹기로 했다. 영국 여행 중이니 최소 한 번은 영국 음식을 맛보게 해 드려야지 싶어 어제는 유명한 피쉬앤칩스 레스토랑에 갔다. 여러 가지를 맛보기 위해 피쉬앤칩스와 생선구이, 마늘과 화이트와인을 넣고 익힌 홍합찜을 주문했다.



유명세답게 음식은 물론 서비스까지 모두 훌륭했다. 재료들은 모두 신선했고, 비린내 때문에 생선을 좋아하지 않는 나도 거부감 없이 맛있게 먹을 만큼 잘하는 집이었다.

하지만 부모님 입에는 그저 느끼한 영국 음식이었던 모양이다. 세 가지 음식 중에서 가장 한국음식에 가까운 것이 생선구이였는데, 쌀밥과 김치 없이 생선만 드시니 이것 역시 그냥 생소한 영국 음식이었던 것이다.



지난 사흘간 고르고 골라 간 레스토랑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후 부모님의 평은,

세 번 모두,

“역시 밥이랑 김치가 제일이야~^^;;”


그래도 나는 굴하지 않고 현지식을 맛 보여드릴 테다.

하루 두 끼 한식 드시면 충분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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