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떠난 지 4년이 되었다.
그간에는 비행기로 한 시간 반이면 오는 거리에 살고 있어 자주 들락거렸는데, 이제 열 시간도 넘게 걸리는 곳으로 가게 되면 다시 언제 오게 될지 가늠할 수 없다.
아쉬운 마음에 잠시 들렀다.
이곳에 오면 제일 먼저 빵집에 간다.
한국인이 쌀밥 없이 못 살듯, 프랑스인은 빵 없이 못 산다.
밥으로 먹는 바게트 같은 빵류는 물론, 좋은 일을 하고 나서 상 받는 기분으로 먹는 버터 잔뜩 들어간 크루아상 등, 프랑스 내 빵집에서 만드는 빵들은 프랑스 것들 중 내가 가장 그리워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커다란 바게트는 가격이 1유로를 넘지 않는다. 크루아상 또한 손바닥만한 것이 대개 1.20유로가량이다. 사진에 있는 폭신한 슈켓(chouquettes)이라는 달달한 것도 열 개에 2유로.
이들 가격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이곳에 사는 거의 모든 이들의 주식이랄 수 있는 먹거리이기 때문에 가격을 올리지 않는다. 매년 조금씩 물가도 오르고 최저임금도 오르고 집값도 오르니 빵 만드는 원가가 오를만도 한데, 빵값은 오르지 않는다.
이곳의 빵값만으로도 알 수 있듯, 프랑스는 서민이 살기에 정말 천국 같은 곳이다.
돈이 없어도 굶어 죽지 않고, 집이 없다고 밖에서 얼어 죽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며, 심각한 병에 걸려도 돈이 없어 고치지 못해 죽는 일도 없다.
돈이 없어도 사람답게 살 수 있다.
그 옛날 장발장처럼 배가 고파 빵을 훔쳐먹을 일도 없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내는 세금으로 일하지 않는 사람들을 먹여 살린다는 일부의 비판도 있지만,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아주 오랫동안 이 방식이 유지되어 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나라에서는 충분히 쓸만한 방식이라는 것이 증명되는 게 아닌가 싶다.
다른 건 몰라도 이 방식에서 반박할 수 없는 한 가지 훌륭한 점이 있다면,
바로 ‘인간 존엄’이다.
이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의 생명을 존중하며 보호한다는 것.
어떤 이유로 돈이 없어 죽게 생긴 사람을 나리에서 그냥 죽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는 것.
같은 이유로, 전쟁 등의 이유로 나라를 잃고 헤매다 죽을 것 같은 다른 나라 사람들을 받아주고 인간의 기본권을 누리며 살 수 있게 도와준다.
게으른 자들에게 세금을 쓴다고 불평하는 일부의 프랑스인들 또한 망명자 정책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우리나라 사람도 아닌데 뭐하러 내가 낸 세금을 써가며 다른 나라 사람들을 도와주냐’며 불평하지 않는다. 내 나라 사람이 아니라고 죽게 내버려 두자는 말을 하는 사람은 없다.
6년간의 생활을 통해 프랑스라는 나라와 이곳 사람들(의 단점)에 대해 할 말은 참 많지만, 누가 뭐래도 칭찬할 수밖에 없는 점이 있다면, “사람은 누구나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나 당연하게 인식하고 이를 실천하고 있다는 것.
프랑스에서 살지 않았다면 배우지 못했을, 너무도 당연한 개념이자 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