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만 따르다 '문제의식'놓치고 있진 않나요?

첫번째 이야기. 수만 개 메모가 알려주지 않는 것

by wis


혹시 당신의 노트 앱에도 수천, 어쩌면 수만 개의 메모가 잠들어 있지는 않나요? 세컨드브레인, 제텔카스텐 같은 도구들이 약속하는 '더 나은 지식 관리', '창의적인 결과물'에 대한 기대로 열심히 정보를 모았지만, 정작 중요한 프로젝트 하나 마무리하지 못한 채 여전히 막막함을 느끼고 계신다면. 어쩌면 이 글이 작은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옵시디언이라는 신세계를 만나 2만 개가 넘는 메모를 쌓았지만, 정작 쓰고 싶었던 책은 단 한 권도 완성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메모가 늘어날수록 방향을 잃고 더 혼란스러워졌죠.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단순히 도구를 잘못 사용했기 때문일까요?


'공명'이라는 달콤한 유혹, 그 뒤에 숨겨진 함정


생산성 전문가 티아고 포르테는 그의 저서 『세컨드 브레인』에서 "공명하는 내용을 수집하라"고 말합니다. 우리의 마음에 울림을 주는 정보, 흥미롭거나 유용하다고 느껴지는 것들을 모으라는 제안이죠. 처음엔 이 말이 참 매력적으로 들립니다. 마치 반짝이는 모든 조약돌을 주워 담듯, 우리는 웹 서핑을 하다가, 책을 읽다가, 대화를 나누다가 '공명'하는 정보들을 부지런히 노트 앱에 저장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함정이 있습니다. 바로 '문제의식 없는 공명 수집' 입니다.

나침반 없이 망망대해를 항해하면서, 눈에 띄는 온갖 보물섬 지도만 잔뜩 모으는 선원을 상상해 보십시오. 지도는 쌓여가지만, 정작 어디로 가야 할지, 왜 가야 하는지에 대한 감각이 없다면 그 많은 지도가 무슨 소용일까요? 마찬가지로, 명확한 '왜'라는 문제의식 없이 그저 '공명한다'는 이유만으로 정보를 모으는 행위는 결국 방향 없는 정보의 축적, 인지적 과부하, 그리고 깊은 허탈감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beforeGraphView.png 제 예전 옵시디언의 그래프 뷰입니다. 이 점 하나하나가 메모이고 지식입니다. 하지만 이 볼트로는 단 한권의 책도 출판하지 못했어요.


저 또한 한때 이 '공명'이라는 달콤한 말에 빠져, 수많은 정보를 가리지 않고 모았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의미 있는 창조가 아닌, 정리되지 않은 생각의 무덤뿐이었습니다. 핵심은 '수집' 자체가 아니라, '무엇을, 왜' 수집하느냐는 질문에 있었습니다.


방법론이 아니라 '문제의식 부재'가 진짜 문제


우리는 종종 정보 처리의 '어떻게(How)'에만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습니다. 더 나은 노트 앱, 더 완벽한 태그 시스템, 더 효율적인 워크플로우를 찾아 헤매죠. 하지만 이런 방법론에 대한 집착은 정작 가장 중요한 질문, '왜(Why)'라는 질문을 잊게 만듭니다.


요리 레시피만 수백 개 모으고, 최신 주방 도구를 다 갖췄지만 정작 어떤 요리를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그 많은 레시피와 도구는 그저 장식품에 불과할 겁니다. 글쓰기도, 창조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문제의식도 없이 방법론만 탐닉하는 것은, 결국 수집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리는 '방법론의 함정'에 빠지는 길입니다.


우리가 흔히 '제텔카스텐'이라는 정교한 메모 시스템의 창시자로 알고 있는 니클라스 루만. 그에게 제텔카스텐은 단순한 정보 보관함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텔카스텐은 나와 대화하는 연구 동료이자, 나의 두 번째 뇌다." 마치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생각이란 자기 자신과의 대화"라고 정의했듯이, 루만에게도 메모 작업은 자기 자신과의 끊임없는 대화이자 사고를 확장하는 과정이었던 것입니다.


이는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을 시사합니다. 진정한 지식 작업과 창조는 어떤 화려한 도구나 방법론 이전에, 내 안의 어떤 절실한 질문, 해결하고 싶은 모순, 탐구하고 싶은 호기심, 즉 '문제의식'과의 깊은 대화에서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위대한 사상가들이 단지 멋있어 보이기 위해 철학을 한 것이 아니듯, 우리 역시 세상과 나 자신에 대한 진지한 '문제의식' 없이는 의미 있는 창조의 문을 열기 어렵습니다.



단순한 '문제' 인식을 넘어, '나와 세상의 연결고리' 찾기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문제의식'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단순히 "이게 문제야"라고 인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것은 때로 감기처럼 원치 않아도 나를 찾아와 괴롭히기도 하지만, 때로는 내가 놓지 못하고 끈질기게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어떤 것, 즉 '나와 세상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에 대한 깊은 자각과 그 연결고리 위에서 피어나는 질문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왜 나는 이렇게 많은 메모를 쌓으면서도 글을 완성하지 못하는 걸까?"라는 저의 개인적인 질문은, AI와의 대화와 더 깊은 성찰을 통해 "현대 지식 노동자들이 정보 과잉 속에서 어떻게 의미 있는 창조를 할 수 있을까?"라는 더 넓은 문제의식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이처럼 '문제의식'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세상과의 관계 속에서 발견되고, 탐구되며, 때로는 아프게 우리를 성장시키는 과정입니다.


이 '문제의식'을 제대로 정의하고 발견하는 여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의 새 책 『작동하지 않는 세컨드 브레인 - 이론편』에서는 이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생산성 담론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고, 철학적 사유를 넘나들며, AI 시대의 새로운 가능성까지 탐색하는 방대한 여정을 담았습니다.



당신의 세컨드 브레인, 이제 '왜'라는 질문을 던질 때


지금 당신의 노트 앱을 한번 열어보십시오. 그 안에 차곡차곡 쌓인 정보들은 어떤 '문제의식'을 향해 정렬되어 있나요? 아니면 그저 '공명'이라는 이름 아래 흩어져 있나요?


만약 당신도 한때의 저처럼 방향 없는 수집의 바다에서 길을 잃고 있다면, 이제 잠시 멈춰 '왜'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볼 시간입니다. 당신을 진정으로 움직이는 것은 무엇인가요? 당신이 세상에 기여하고 싶은 가치는 무엇인가요?


『작동하지 않는 세컨드 브레인』은 그 질문에 대한 완결된 정답을 주기보다, 당신이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돕는 나침반이 되고자 합니다. 방법론의 홍수 속에서 잃어버린 '목적의식'을 되찾고, 당신의 세컨드 브레인을 진정으로 '작동'시키는 의미 설계의 세계로 함께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당신의 세컨드 브레인을 진정으로 '작동'시키는 핵심 원리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단순한 정보 관리를 넘어, 당신의 삶과 세상을 연결하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통찰과 맞닿아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세컨드 브레인』이 제시하는 그 놀라운 '작동의 비밀' – 어쩌면 당신이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을지도 모르는 핵심 열쇠 – 를 살짝 엿보여 드리고자 합니다.




이 글은 책 작동하지 않는 세컨드 브레인의 내용을 각색하여 재구성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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