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션 나의 사명

살아남는 것 너머 존재하는 이유를 묻다

by wis

미션

Mission (미션)
이 단어의 어원은 라틴어 'missio(보내기, 파견)'에서 유래했으며, 이는 '보내다'라는 뜻의 동사 어근 mittere(과거분사 missus)에서 파생된 말입니다. 본래 특별한 목적을 위해 누군가를 파견하는 행위를 의미하며, 점차 '임무', '사명', '전도(선교)' 등의 의미로 발전했습니다. 기독교 내에서 '하나님의 보내심'이라는 뜻으로 사용되다가, 이후 정치나 군사적 임무, 혹은 기업의 존재 이유(사명)로 그 의미가 확장되었습니다. (관련된 단어로는 보내진 사람인 missionary(선교사), 날려 보내는 무기인 missile(미사일) 등이 있습니다.) - 구글AI


'사명'이나 '천명', '미션'이라는 이 묵직한 단어를 마주할 때면, 나는 자연스럽게 고등학교 시절의 어느 여름날로 돌아간다.


고등학교 2학년 때였을 것이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방학을 앞둔 어수선한 시기, 그사이 남는 시간엔 종종 감동적인 영화를 보여주는 선생님들이 계셨다. 아마 사회 선생님이었던 것 같다. 여름방학을 눈앞에 둔 어느 날, 선생님은 낡은 TV 화면을 통해 우리에게 영화 <미션(The Mission)>을 보여주셨다.


당시 교실 뒷자리에 앉아 멍하니 스크린을 바라보던 내 귓가에 닿았던 한 곡의 연주. 그 숭고한 오보에 선율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내 삶 어딘가에서 조용히 울려 퍼지고 있다.


https://youtu.be/V-m5u0OFF_E?si=3RVaxFG2P-1QGbTA

Ennio Morricone - Gabriel's Oboe


이 영화는 나에게 단순한 명작을 넘어, '미션(사명)'이라는 단어가 가진 진짜 무게가 무엇인지, 생존이라는 생명체의 본능을 넘어서는 존재의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는 깊은 각인으로 남아있다.



가브리엘의 오보에


영화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된다. 과라니족 원주민들이 한 명의 백인 선교사(줄리안)를 십자가에 매달아 거대한 이과수 폭포 아래로 떨어뜨린다. 흐르는 강물에 저항할 수도 없이 무력하게 죽음을 맞이한 그의 시신을 수습한 가브리엘 신부는, 스스로 원주민 선교를 이어 나가겠다며 험난한 폭포 위를 오른다.


사방이 노출된 정글의 한복판. 원주민들이 경계심을 품고 무기를 든 채 다가올 때, 가브리엘 신부는 겁에 질린 눈빛을 하면서도 도망치거나 무기를 꺼내 들지 않는다. 그가 꺼낸 것은 작은 오보에였다. 그는 불안함 속에서도 연주를 이어나가고, 어느 순간 음악에 감화된 원주민들은 무기를 내리고 그를 받아들인다.


이 장면에서 가브리엘의 '미션'이 무엇인지 명확히 드러난다. 그의 미션은 '나와 우리, 우리와 외부를 가르는 경계'를 허물고, 서로 이질적인 집단이 적대적 관계를 맺지 않고 하나의 공동체로서 상호작용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무기 대신 오보에를 택했고, 폭력과 죽음의 위기를 공감과 소통으로 변이시켰다.


한편, 영화에는 또 다른 인물인 로드리고가 등장한다. 원주민을 사냥해 팔아넘기던 노예상인이자 전직 용병이었던 그는, 동생을 죽인 죄책감에 시달리다 가브리엘에게 감화되어 사제의 길을 걷게 된다. 평화롭던 과라니족 마을에 식민지 제국주의(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군대가 들이닥쳐 원주민들을 쫓아내려 할 때, 가브리엘과 로드리고는 서로 다른 선택을 한다. 가브리엘은 끝까지 비폭력과 사랑을 주장하지만, 로드리고는 원주민들을 지키기 위해 다시 칼을 쥐고 처절한 무력 항쟁을 벌인다.


로드리고의 이런 선택이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 죽음에 저항하기 위해 상대방을 향해 공격성을 내비치는 것은 생명체 공통의 당연한 생존 방식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트롤리 딜레마'는 이를 잘 설명해 준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기차의 기관장으로서, 그대로 직진하면 다수가 죽고 방향을 틀면 무고한 한 사람이 죽는 상황. 여기서 방향을 틀어 누군가를 죽게 한 기관장에게, 우리는 생명을 앗아간 책임을 강력하게 물을 수 있을까? 그 기관장이 나라면? 혹은 그 기차에 내 가족이 타고 있었다면 어떠했을까?


죽음과 삶의 경계에 서면 윤리는 더 이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죽음 앞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고 저항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럽게 정당화된다. 사랑이 부재하다면 나의 죽음과 세계의 죽음은 다르지 않다.


여기서 다시, 무기를 든 원주민들 앞에서 오보에를 불던 가브리엘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그는 자신의 죽음 앞에서 어떠한 공격성도 드러내지 않았다. 그저 그들에게 공감의 파동을 일으킬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주었을 뿐이다. 상호 배타적인 적대적 관계가 어떻게 상호 공존 가능한 공생 관계로 변이하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이 기적적인 전환의 이면에는, '자신의 죽음보다 거대한 신념'이 자리 잡고 있다.


자신의 죽음을 넘어선 신념. 그렇기에 우리는 그것을 '미션(Mission)'이라고 부를 수 있다. 나의 물리적 실체로서의 생명이 보내는 생존 본능보다 훨씬 더 큰 신념. 그것을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의 부르심(파견)'이라고 불렀고, 성리학에서는 하늘의 뜻인 '천명(天命)'이라고 불렀을 것이다. 종교나 시대의 흐름을 떠나 중요한 것은, 자신의 죽음을 초월하는 신념이 존재한다는 사실 그 자체다.


그렇기에 미션은 생사(生死)를 넘어서 있다. 살고 죽는 문제를 넘어선 '존재론적 문제'다. 영화의 결말부, 무력으로 선교지를 파괴하도록 방관해야만 했던 교황 특사 알타미라노 추기경의 독백은 이를 완벽하게 대변한다.


"그리하여 사제들은 죽고, 저만 살아남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죽은 건 저이고, 산 자는 그분들입니다. 그것은 언제나 그렇듯, 죽은 자의 정신은 산 자의 기억 속에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가브리엘과 로드리고는 총탄에 맞아 죽음을 맞이했지만, 그들의 사명(미션)은 살아남은 원주민 아이가 물에서 건져낸 망가진 바이올린을 통해, 그리고 그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남았다.



교육


살고 죽는 문제를 넘어선 거대한 신념. 교육이라는 업에 몸담고, 교육 사업을 이끌어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 '사명(Mission)'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스스로에게 되묻게 된다. 사범대를 나와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살아왔던 나 역시, 내 삶을 관통하는 하나의 거대한 미션을 품고 있다.


과연 진정한 교육 혁명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수많은 고민 끝에, 선생님의 업무를 도와줌으로써 '교육 내용(지식 전달)' 그 자체에 대한 선생님의 책임을 줄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았다. 청소년 교육에 있어서 지식의 축적보다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훨씬 더 근본적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과거의 교육이 학생들 앞에서 지시하고 명령하며 지식을 주입하는 '티칭(Teaching)'의 시대였다면, 앞으로의 교육은 학생 스스로 올바른 태도를 형성하도록 곁에서 이끌어내는 '퍼실리테이팅(Facilitating)' 혹은 '코칭(Coaching)'이 더 중요한 시점이 올 것이라 확신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필수 조건은, 티칭의 상당 부분을 교재나 AI(인공지능) 서비스에게 마음 놓고 위임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가브리엘 신부가 원주민들 앞에서 자신을 보호할 '무기'를 꺼내는 대신 '오보에'를 꺼내 들었을 때, 비로소 적대적 경계가 허물어지고 진정한 상호작용이 일어났다. 교육 현장도 마찬가지다. 선생님들이 짊어지고 있는 '지식 전달'이라는 무거운 갑옷과 무기를 기꺼이 AI에게 넘겨줄 때, 비로소 교육의 진짜 기적이 시작된다.


그때, 선생님의 자리는 학생들의 '앞'에서 지시하고 군림하는 위치가 아니라, 학생의 '뒤'와 '옆'으로 변경된다. 그곳에서 선생님은 학생과 시선을 맞추고,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 길을 찾도록 제안해 주는 진정한 코치이자 인생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


이것이 내가 교육 사업을 하며 AI라는 기술을 도구로 삼는 이유이자, 나의 굳건한 미션이다. 기술로 교사를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지식 전달의 짐을 벗어던지고 학생의 영혼에 닿는 '오보에'를 연주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죽은 자의 정신은 산 자의 기억 속에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알타미라노 추기경의 마지막 독백처럼, 교실에서 배운 단편적인 지식들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소멸할지 모른다. 하지만 선생님이 학생의 곁에서 다듬어준 삶의 '태도'는 그 아이의 기억과 인생 속에 영원히 살아남을 것이다. 그 위대한 기억을 만들어내는 일, 그것이 나를 이 교육으로 파견한 나의 '미션'이다.





사진: UnsplashDavid Iska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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