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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로운 숲 혜림 Nov 15. 2024

손끝으로 따라 쓰는 감사 명언-마지막

집을 사놓고 한 번도 제대로 살아보지 못한 우리 집에서 언니의 가족과 마지막으로 저녁을 먹었다.

사람들을 보내고 아이와 함께 침대에 누웠다.

이 곳에서 평생을 살아가려고 했다.

그래서 집을 샀다. 

침대도 사고 책장도 샀다. 

냉장고도 사고 세탁기도 샀다.

이불도 모두 다 새로 샀다.

하지만 집을 사고 침대에 누워본 건 처음이었다.

집에 들어올 준비를 하던 중에 모든 것이 멈춰버렸다.

나는 다시 친정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아이가 자고 나는 그 사람과 통화를 했다.

돌아가면 함께 사람이 있다는게 마음이 편했다.

이제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마 혼자였으면 이런 결정을 내리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이곳에 있을 사람이 아니라고 말해준 그 사람에게 고마웠다. 


친정으로 돌아와서 부모님께 그 사람을 소개했다.

그리고 바로 전세집을 구하러 갔다.

거실 겸 안방과 작은 방 하나, 화장실, 그리고 작은 부엌이 전부인 11평 집이었다.

집을 보러 갔을 때 베란다로 따사로운 햇빛이 들어왔다.

왠지 기분이 좋았다.

나에게 좋은 일만 펼쳐질 것만 같았다.


나와 아이, 그리고 그 사람과 셋이 함께 살기로 했다.

우리는 그렇게 가족이 되었다.

일요일 아침,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에 눈을 뜬다.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내 옆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거실로 나가 아이의 방으로 간다.

문을 열어보니 아이가 곤히 자고 있다.

사랑하는 아이가 있음에 감사하다.

세수를 하러 욕실로 걸어가 거울을 본다.

내가 있다.

여기에 내가 있다.

나의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는 내가 있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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