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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졔리 Dec 14. 2023

D-day

<불효녀 일기>

대망의 D-day!


오빠 네와 우리는 “셋째는 ‘no’!”이기에, 이제는 완성형 가족이 되었다며, 아이들이 제법 컸다며, 가족사진을 남기기로 하여 집 근처 스튜디오에서 패키지를 알아보고 예약했다.

이날을 위해 복남 씨는 전문가의 손길로 염색과 커트를 했고, 전날 석고팩, 마스크팩 두 가지를 들이미는 딸에게도 얼굴을 허락하였다.


D-day. 스튜디오에 도착해 컨셉을 상의했다. 작가님은 컨셉을 여러 가지 찍자고, 2가지 의상으로 6~8컨셉 어떠냐고 했다. 복남 씨 거동이 힘들고 우리도 그런 열정은 없다며 전체 사진만 찍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렇게 맘 먹고 실행하기 쉽지 않으니 절충하여 한 가지 의상에 3컨셉(전체, 오빠 네, 우리 네)만 찍기로 했다.


메이크업을 마친 복남 씨는 옛날의 복남 씨였다. 정갈한 헤어스타일에 곱게 한 메이크업, 교회나 결혼식 갈 때, 약속 있을 때 볼 수 있는 우리 복남 씨의 차림.

우리는 전체적으로 베이지, 화이트 계열로 가기로 해서, 스튜디오에 있는 옷으로 갈아입었다. 부드러움을 간직한 가을신사 둘(조카들), 사랑스럽고 개구진 베이지 소녀 둘(우리 애들), 신발까지 맞춰서 신고 촬영을 시작했다.


첫 번째로 우리 가족이 찍었다. 우리 딸들은 그동안 엄마와 어린이집 선생님이 들이밀던 카메라 앞에서처럼 나이스하게 웃어줘 지켜보던 모두를 미소짓게 했다. 다음은 오빠 네 가족. 한 명이 웃으면 한 명은 다른 곳을 보았고, 고개를 잡아 돌리면 다른 아이가 웃지 못해 넘치는 멍뭉미를 뽐냈다. 카메라 아래에 타요를 틀어주어서야 한 곳을 보고 촬영을 마쳤다.


단체사진 차례가 왔다. 양손으로 아빠를 잡고 아장아장 걸은 복남 씨를 센터에 앉힌 후 구두로 갈아신겼다. 그리고 다같이 “여기 보세요!” 하고 찰칵찰칵 또 찰칵. 자꾸만 쳐지는 입꼬리를 애써 끌어올리며 웃었다.


작가님이 “자녀분들 나가시고, 아버님어버님 두 분만 찍을까요?” 하자 복남 씨가 도리도리. 우리는 다같이 “와핫” 하고 웃었다.


작가님이 3컨셉으로만 찍기 아깝다며, 이왕 찍는 김에 다른 장소의 자연광으로도 찍어 보자고 했다. 이렇게 컨셉을 늘리는 건가? 부루퉁해졌지만 그래도 다시 언제 이렇게 시간을 내고 마음을 먹겠는가. 그래 가보자! 찍어 보자!며 10명이 쪼르르 이동하여 다른 포즈, 같은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셀렉의 시간이 왔다. 아주 저렴한 패키지였기에 추가금은 피할 수 없겠다 마음을 먹고는 있었다. 그런데 기본 액자가 터무니없이 작았다. 아빠가 액자 업그레이드를 하자고 했다. 뭘 요구하지 않는 아빠기에, 스텝들이 신경 써주고 복남 씨가 이렇게 찍어주었으니, 또 언제 찍을지 모르니, 우리가 열심히 모은 돈이 아깝지 않았다.


집에 오니 "아뿔사!" 스튜디오에서 아이들, 복남 씨, 표정 등 여러 가지를 신경 쓰느라 정작 셀카나 휴대폰으로 촬영을 하나도 못했다는 게 생각났다.

뽐나게 입었으니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게 인지상정! 안방의 하얀 벽 앞에 의자 두 개를 두고 더 찍자는 딸의 등살에 아빠랑 복남 씨는 의외로 순순히 사진을 찍어 주었다. 그리고 아빠는 각각 독사진도 찍어 달라고 했다. 왠지 영정사진으로 쓰시려고 그러나 하는 마음에 마냥 좋진 않았다.

그렇지만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지!' 하고 복남 씨랑 둘이, 복남 씨랑 모녀 3대랑 셀카를 100장 정도 찍고 나니 원도 풀리고 긴장도 풀렸다.




언제까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아이들이 언제까지 사진을 찍어 줄까?

부모님은 몇 번의 계절을 함께할 수 있을까?


시간과 마음, 육신이 허락하는 동안,

사랑하는 모습과 마음들을 잘 남겨두어야겠다.

시간은 순간을 스쳐가니까.


오늘의 우리, 사진으로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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