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La Digue!
라 디그 섬은 마헤 섬 항구에서 출발한 배가 한 시간 정도를 출렁이며 가면 도착하는 이웃 섬이다. 마헤에서 출발하여 프랄린 섬에서 배를 갈아타고 조금 더 가야 한다. 멀미가 많이 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배를 갈아타며 만난 꼬맹이들 덕인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부끄러워하더니, 금세 친해져 내 포즈를 모두 따라 한다. 너희들은 이 깨끗한 나라에서 태어났고, 앞으로 평생 마음껏 이 바다를 누리며 자라겠구나. 그래서 이 바다처럼 예쁘게 살겠지, 부러워.
라 디그 섬과 프랄린 섬을 여행하는 날이다. 코코넛 기름을 짜 내는 공장도 보고, 무지하게 큰 거북이도 봤지만, 딱 두 곳, 두 바다를 잊지 못한다. 지구 상에 이런 곳이 있는데, 나는 지금껏 아무것도 모르고 서울의 작은 사무실 안에 앉아서 도대체 무엇을 보며 살았던 건지 모르겠다.
라 디그에 도착하여 해변을 따라 걷다 보니, 무지하게 큰 화강암 덩어리들이 나타났다. 돌로 이어진 길을 통과해 가면 나타나는 곳, 그 유명한 앙수스다정.
세이셸 지도에 보면 "Anse"라는 지명이 많이 나오는데, 이는 세이셸 말(크레올어)로 '해변'이라는 뜻이다. 오전은 이 해변에서 모두 보냈다. 이 곳은 나무가 아닌 화강암이 그늘을 만들어내고, 화강암끼리 만나는 곳이 탈의실이 되는 곳이다. 하얀 모래에 수건을 깔고 누웠다. 어디선가 한국어가 들려왔다. 바위 뒤쪽을 보니 한국인 커플이 (역시) 다투고 있었다. 어머님이 어쩌고 아버님이 어쩌고 오빠는 말을 그런 식으로 어쩌고 하다가 여자는 결국 울고 만다. 다투는 소리를 뒤로하고 몸을 일으켜 바다로 들어갔다.
멀리까지 갔는데도 물이 깊어지지 않았다. 무릎을 조금 넘을 정도의 깊이가 이어졌는데, 사람들이 유난히 모여 있는 곳으로 가 보았다. 아주 큰 웅덩이 같은 것이 있어서 깊이가 허벅지 정도까지 올라오는 곳이었다. 몸을 담그고 주변 360도를 돌아보았다. 비현실적으로 아름답다. 살면서 어디선가 보았던 사진 한 장, 그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굉장히 고요하고, 밝았다. 이 낮은 바다에서 스노쿨링 장비를 뻐끔거리며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있길래 비웃고 있었는데, 웃는 순간 내 다리 사이로 니모 한 마리가 지나갔다. 니모 한 마리, 두 마리, 다섯 마리... 아, 그래서 스노쿨링을 하고 있구나! 셀 수 없이 많았다. 이 곳의 주인은 그 물고기들이었다. 내가 걸어 다니느라 그들의 길을 방해하고 있었던 거다. 그냥 물고기가 되어 같이 헤엄치는 수밖에 없었다.
프랄린 섬에 있는 앙세 라찌오. 오션월드나 해운대를 능가하는 파도타기가 가능하다.
이 곳에 들어서자마자 앞도 뒤도 보지 않고 바로 뛰어들었다. 앙수스다정의 얕은 깊이와 달리, 조금만 멀리 나가면 다리가 닿지 않았다. 높이도, 양도 다양한 파도가 끊임없이 밀려들어와 몸을 들썩들썩 해 주어 신나게 놀았다. 날이 어두워져 나와야 하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아이가 된 듯 마음껏 놀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결혼 준비할 때는 정신이 없어서 신혼여행이라도 빨리 해결해버릴 심산에 마헤섬에서만 7일을 지내는 것으로 숙소를 예약했었는데 조금만 더 고민해볼 걸 그랬다. 코코넛 청년 때문에라도 다시 올 지 알 수 없는 이 나라에 만일 다시 오게 된다면, 그때의 숙소는 두 번 고민할 것 없이 더 작은 섬, 이를테면 라 디그(La digue) 같은 곳으로 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