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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iya Jul 19. 2017

애창곡 메들리

 지인들의 작은 모임에서 애창곡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이선희의 ‘인연’이 압도적 인기를 얻었고 자연스럽게 얘기는 인연의 노랫말에서 그 가수의 굽이진 인생 이야기로 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우리들의 삶, 자식들과 부모들의 이야기로 끝없는 말들이 이어져 나왔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내가 좋아하는 노래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아마 우리가 결혼할 즈음에 노래방이란 게 유행했는 것 같다. 남편의 친구 부부와 노래방이란 곳을 처음 가보게 되었다, 낯가림하는 내 성격에다 처음부터 자연스러운 율동과 함께 가수 뺨치게 부르는 그 부부의 노래하는 모습에 완전히 기가 죽어서 명랑 쾌활하던 내 모습은 털 빠진 닭 마냥 초라하기 이를 데 없었다. 거기다 결정적 한방이 있었으니, 집에 돌아온 남편의 말이었다. “당신 나랑 가끔씩 노래방 가서 노래 연습 좀 하자.” 그 뒤 남편 앞에서는 절대 노래를 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사느라 너무 바쁘고 힘들다 보니 아이들과 함께 동요를 부르는 것 외에는 노래할 힘도 없었던 것 같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애창곡과 애청곡은 꽤 다르지 않나 싶기도 하다. 나는 조관우의 노래를 꽤나 좋아하고 자주 듣는다. 그렇지만 그의 노래를 따라 부를 줄은 모른다 너무나 절절한 가락에 가슴이 터질듯하여 몇 번 흥얼거려 본 적은 있지만 가사를 모를 뿐만 아니라 가락도 외우 지를 못한다. 다만 그 가수의 음색과 가락이 무한히 좋을 뿐. 

그 외에도 ‘the power of love’ ‘still loving you’ 같은 외국 노래도 몇 개 좋아하고 자주 듣기도 하지만 전혀 부를 줄은 모른다. 아니 불러 보려고 시도도 안 해 본 것 같다. 결혼하기 전에 나는 노래를 자주 불렀었다. 설거지할 때나 청소할 때도 늘 큰 소리로 학교에서 배운 봄처녀를 비롯해 모든 노래를 메들리로 불렀었다.


 한 번은 외할머니가 살아 계실 때니까 내가 대학생쯤이었지 않나 싶은데 겨울 방학이라 외갓집에 갔었고 그해는 유난히 눈이 많이 왔었다. 창고 위에 소복이 쌓인 눈을 치우러 지붕 위로 올라간 나는 내려다보이는 마을의 집들과 햇빛을 받아 반사되는 눈빛에 빠져서 눈은 치지 않고 늘어지게 노래를 불렀었다. 그 뒤로 동네 사람들은 그 집 다 큰 외손녀가 정신이 좀 이상한 것 아닌가 하는 소문도 났더란다. 


  지난해 지인들과 인도 여행을 하는 중에,

 어디서 들려오는 우리의 아리랑 가락을 듣고는 나도 모르게 그곳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평상시에도 우리 민요와 판소리를 좋아했는데 이역만리 타국에서 우리 가락을 들으니 몸이 먼저 반응한 것 같았다. 아무런 거리낌도 주저함도 없이 같이 손뼉을 치면서 한바탕 어울렸었다.

 아리아리 아라리요 아 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날 넘겨주소.  아리랑도 종류가 많아서 진도 아리랑 영암아리랑 정선아리랑 밀양아리랑 등 지역마다 가락이나 노랫말도 제각각이지만 내겐 정선아리랑의 가락이 맞지 않나 싶다. 정선아리랑도 노래 말이 7~800개나 되고 각각의 설화 또한 가지가지로 많다고 한다.


 그 많은 노랫말과 기원 설화야 굽이굽이 우리네 인생의 면면들을 보여줄 것이고 어디 하나 절절하지 않는 것이 없겠지만 노래라는 것이 딱히 노랫말과 의미로만 가치를 매길 수도 없을 터. 세상사 복잡하고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노래까지 복잡한 것이 싫다. 

그저 목소리를 가다듬지 않아도 연습을 하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나 흥 얼 될 수 있는 것이라면 진정한 나의 애창곡이 아닐까? 그래서 난 아리랑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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