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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책이름 Sep 01. 2020

멀쩡한 어른이 꼭 되어야 하나요?

멀쩡한 어른 되긴 글렀군 _ 짱구의 삐딱한 인생 기술



저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요


"엄마 나는 몇 밤 자야 어른 되는거야?

나도 빨리 어른 되고 싶어"


어릴 땐 뭣도 모르고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습니다.

나도 어른이 되면 저녁 9시면 억지로 잠을 청하지 않아도 되고 숙제도 안 해도 되고 학교도 안 가고

잔소리도 안 듣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겠지. 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어른이 되어도 다음날 출근을 위해 일찍 자야 하고

기분이 좋은 날이든 나쁜 날이든, 컨디션이 좋든 나쁘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꼬박 꼬박

회사 가기 싫은 어른들로 가득 찬 지하철에, 버스에 시달리며

매일 아침 9시까지 회사 사무실 내 책상 앞에 앉아 있어야 한다는 걸.

아침부터 퇴근까지 끝없는 부장님의 잔소리(?)를 못 들은 척 할 수 없다는 걸.


몰랐으니까요.

(알았다면 절대 절대 어른이 되지 않게 해주세요. 라고 빌었을 듯요)





어른이여, 벽에 부딪힐 땐 벽이 없는 길로 가라


출처 : <멀쩡한 어른 되긴 글렀군>
돌이켜보면 애초에 내가 넘을 수 없는 벽이었는데,
나는 거기서 무얼 하고 있었던 걸까?
겹겹이 쌓인 벽, 벽 넘어 벽인 벽들의 산맥 앞에서
깨끗하게 돌아 나왔어야 했는데…….
다시는 그런 시행착오를 겪고 싶지 않다.
가능하면 벽이 없는 길로 가고 싶다.
_
『멀쩡한 어른 되긴 글렀군』 42p


성인이 되기 전에는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선생님이 시키는대로 하라고 하더니

20살 성인이 되고 나서는 갑자기 세상의 온갖 것과 맞서 싸우라고 하고

청년들은 패기넘치게 세상의 벽을 부수고 뛰어넘으라는 온갖 공익 광고의 주인공이 내가 되었을 때

그 때의 당혹스러움이란...


더 당혹스러운 건 직장에 들어왔더니

"안 되는 건 되게 하라"  하지만 

"무조건 상사가 시키는 대로 해라"


이 완벽하게 모순되는 두 개의 문장 자체가 어떻게 보면 어른의 인생 아닐까요.

끊임없이 그 벽 앞에서 서성대고 벽을 두드려도 보고 벽이 뭘로 만들어졌는지 연구도 해보고 벽을 치워달라고 요청도 해봤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냥 돌아갈걸. 벽이 없는 길도 많았는데. 물론 그 벽을 지나지 않으면 통과할 수 없는 길도 있었지만 왜 눈 앞의 '모든' 벽 앞에서 그렇게 시간을 낭비했던 걸까요.





어른에게 제일 힘든 건 내 인생을 살아내는 것 


출처 : <멀쩡한 어른 되긴 글렀군>
출처 : <멀쩡한 어른 되긴 글렀군>
가질 수 없는 걸 바라는 건 정말 쉽게 나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지.
인정하기 싫지만, 철학자의 말이 맞는 것 같다. 그저 하루하루를 살았을 뿐인데 어느 날 문득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 누구는 시험에 합격하고, 돈을 벌고, 집을 사거나, 결혼에 성공한다. 또 누구는 책을 내고 상을 받고 성취를 이룬다. 이렇게 다들 잘 사는데 나는 이룬 것 하나 없이 살아도 되나 싶은 자괴감이 슬그머니 든다. 모든 욕망도 불행도 결국 남과 나를 비교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많은 심리학자와 에세이스트들이 이미 경고했음에도 말이다.
_
『멀쩡한 어른 되긴 글렀군』 191p


학교에 다닐 때는 성적만 비교당했다면, 어른이 되어서는 직장부터, 사는 동네, 애인유무, 월급, 패션, 인성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우리는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스스로를 타인과의 비교 선상에 세웁니다. 


누군가의 일이 너무 쉬워보인다면, 그건 그 사람이 그 일을 너무 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글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습니다. 남의 인생은 언제나 멋져 보이고 쉬워보이고 흠결이 없어보이기 마련이죠. 

남의 인생이니까요.


어른의 삶이 이런 건 줄 알았다면 어른이 되지 않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을테지만,

아이들에겐 아이들의 몫의 삶의 애환이 있겠죠. (어른이 되서 이젠 기억나지 않는 것 뿐)


우리는 각자 자신의 몫의 하루하루를 살고 있을 뿐인데 굳이 거기에 성적표를 매겨야 할까요.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야


그런데 이쯤 살아보니까, 아니, 겨우 이만큼만 살아봐도
아무리 걱정하고 근심하며 인생의 금지 항목을 수시로 체크해 봤자
‘생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눈치채게 됐다.
……
내 삶도 남들처럼 리허설 없는 라이브 진행이라
아무리 전전긍긍해도 예상치 못한 사건, 사고들이 터졌고,
아무런 대책이 없었으나 딱히 별일이 생기지도 않았다.
지금의 이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는 평범한 생은
내가 철저히 준비해서 얻은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망설이고 돌아서느라 해보지 못한 일들만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지.


_
『멀쩡한 어른 되긴 글렀군』 48p






그래도 평범하게 오늘 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어른은 하루쯤은 짱구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https://bit.ly/2Elsh2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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