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옷을 입으렴
그녀는 그런 나를 바라보며 서글프게 웃었다.
아직도 날 좋아하지 않는구나 말하는 듯했다.
그렇지 않다고 나는 속삭였다.
서로가 살갑지는 못했어도 한 번도 싫어한 적은 없었다고.
우리는 설명하는 데 서툴렀고 모든 관계에 서툴렀다.
다정히 다가가 등을 껴안으며 그동안 내 마음은 이러했답니다 고백하기엔,
저마다 진심을 전하는 법을 잘 알지 못했다.
-『잠옷을 입으렴』
<여름 밤> 헤르쯔아날로그
풀벌레 우는 소리, 그네에 앉아 듣는 여름밤
그늘이란 없는 따가운 햇살 같던 나의 일상
긴 오후가 가 버리고 하루의 끝자락에 있지만
가로등 불빛 아래서
나의 하루를 아직 끝내지 못하고 서성이고 있어
설령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었어도,
함께였다면 좋았을지 모른다고 뒤늦게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무엇인가 해주어야 한다고,
사랑하니까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믿지만,
실은 그렇지 않은지도 모릅니다.
그 아이는 내게 많은 걸 바라지 않았다는 걸
나중에서야 깨닫습니다.
그날 밤 마을버스를 운전하며 당신이 말했죠.
그럴 줄 몰랐던 거라고. 그 말이 내겐 사무쳤습니다.
나 역시, 그럴 줄 몰랐습니다.
-『잠옷을 입으렴』
<편지> 위수
그렇게 날 웃게 하던 네게
행복이 늘 함께 하길 바랬으니까
오랜 시간을 함게 해오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널 떠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지
아직도 그 마음 변치 않았어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우리는 언제나 뒤늦은 후회를 합니다.
후회는 우리의 선택이 만들어 낸 감정일 수도 있고,
지난 날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만든 감정이기도 합니다.
후회 속엔 언제나 그리운 얼굴들이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기억 속에 두고 온 사람들이 있죠.
자주 그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생각하곤 합니다.
돌아보면 저는 그들을 통해 어른이 되었습니다.
서로에게 모든 것이 첫 번째였고, 그 우정은 자라면서 견고해지기도 때로는 균열을 만들기도 한 시절을 함께 보내면서요.
오늘은 그리운 얼굴들에게 먼저 연락을 해보려고 합니다.
그냥 잘 지내냐고, 보고 싶다는 짧은 인사로요.
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존재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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