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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책이름 Sep 18. 2020

외로움은 반드시 채워야 하는 결핍이 아니다

보통의 언어들


떠올리면 행복해지는 꿈을 갖고 있다면,

주머니 속에 넣고 살아가다가

계속 꺼내보았으면 좋겠다.

당장 가서 만질 수 없으니

별수 없다고 버리지 말고.


-『보통의 언어들』




 <떠날 거야>  Oui Oui


생각에 생각이 너무 많을 때

쌓이고 쌓여서 숨이 막힐 때

문제의 정답을 모르겠을 때

나와 내 손을 잡아

어디든 가자고

너와 어디로든 떠날 거야





나에게 외로움은 반드시 채워져야 하는 결핍이 아니다.

오히려 오롯이 내게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한 감정이다.

삶이 무대라면, 무대의 주인공이었다가 내려왔을 때

비로소 내가 무대 위에서 소란스러웠음을 알 수 있듯이,

외로움은 무대 위도 객석도 아닌, 무대 뒤에서 느끼는 감정이다.


수많은 역할로 존재하던 내가 아무 장치 없이

혼자임을 느낄 때 만나는 감정.

오랫동안 감당할 수 없는 감정임에 틀림없지만,

우리는 가끔 이런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닐까.


-『보통의 언어들



 <Track 9>  이소라

나는 알지도 못한 채 태어나 날 만났고

내가 짓지도 않은 이 이름으로 불렸네

...

세상은 어떻게든 나를 강하게 하고

평범한 불행 속에 살게 해






사람과 사물과 감정들로 꽉차있는 소란스러운 시간도 필요하지만

우리에겐 그냥 오롯이 나로 존재하는 외로움도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요.

제가 이런 감정을 느끼고 싶을 때 고요한 시간이 필요할 때

듣는 노래라서 Track9을 소개해드렸어요.

&

방송에서 제가 본 김이나 작사가는

다정한 말을 하면서도 감정에만 기대지 않고, 예리한 말을 하면서도 누군가를 비난하지 않고 겸손하게 말을 하면서도 자신을 낮추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에세이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책을 주문했는데요.



김이나 작사가가 이 책을 내면서 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와 같은 아래 글을 읽으면서 우리가 쓰는 '언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의미를 부여해주는 건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감정이 원형 그대로 전달될 수 있으려면, 글자로는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때로는 불가능하다. 인간은 같은 언어를 서로 미세하게 다르게 사용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언어는 파동이 아닌 글자로 존재하기에, 같은 말을 하더라도 다른 감정이 전달되기도 하고 곡해되기도 한다. 내가 어떤 말을 습관적으로 하는지, 어떤 표현을 어떤 상황에 반복적으로 사용하는지는 내 삶의 질과 삶을 대하는 태도에 큰 영향을 끼친다. 감정이 언어라는 액자 안에서만 보관되고 전달된다면, 나는 이 액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어떤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액자를 공유하는 것이 진짜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하기에. 

* 출처 : 『보통의 언어들』 7p, 김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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