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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책이름 Sep 19. 2020

내가 외면했던 얼굴들

달에서 아침을

저는 <달에서 아침을>을 읽으며, 아팠던 지난 날의 기억을 토닥토닥 안아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달에서 아침은>은 학급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는 토끼와 방관자 곰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들을 통해 피해를 입은 친구를 외면하지 않고, 방어해 줄 수 있는 경험이 서로의 성장에 강력한 힘이 됨을 보여주고 있는, 묵직하면서도 따듯한 책이랍니다.





<달에서 아침을> 속 토끼는 '티파니에서 아침을' 영화와 영화 속에서 오드리 햅번이 불렀던 노래인 'moon river'을 좋아합니다. 책 속에선 토끼가 노래를 들으며 달에 닿는 장면들이 나오는데요, 아름답게 펼쳐지는 페이지를 보며 이 노래를 함께 듣고 싶었어요.


Moon river, wider than a mile

달빛이 흐르는 강, 몇 마일이나 되는 넓은 강이여

I'm crossing you in style some day

어느 날엔가 나는 그 강을 멋지게 건너가리

Oh, dream maker, you heart breaker

그리운 꿈을 낳지만, 또 그대는 내 마음을 아프게도 하며

Wherever you're going, I'm going your way

그대가 어디로 가든지 나는 따라가리



점심시간이 끝나 간다. 토끼가 교실로 돌아왔다. 그러자 검정 비둘기도 다른 친구들도 애써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제자리로 돌아간다. 비둘기들의 장난을 재미있다는 듯이 비웃던 앵무새들도, 감시자 미어캣도, 개인주의자 박쥐도 오늘은 아무도 무관심하지 못했다.


우리는 다 알고 있다. 비둘기도 나도, 다른 아이들도 우리는 모두 ‘공범자’들이라는 것을.

_

『달에서 아침을』 이수연



왕따인 토끼는 하루 종일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습니다. 반 애들은 그런 토끼를 보며 건방지다고 비꼬기도 하는데요. 상상해 봅니다. 토끼는 무슨 노래를 들었을까요. 어쩌면 노래를 듣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다 제가 예전에 많이 들었던 악뮤의 노래를 떠올렸어요.


안녕 나는 너를 아는데 너는 나를 모르지

그 동안 말도 하지 않고 매일

저 만치서 어울리고 있는 너희를 바라보고

다가갈까 말까 말 걸어볼까 말까

이런 인사가 나을까 이런 날 반겨줄까

오늘도 생각만 하다가 기회는 떠나가



토끼는 오래된 영화 음악과 만화책을 좋아합니다. 특히 토끼는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  <Moon river>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이 노래는 나를 우주 한 가운데 어딘가, 다른 세상으로 데려다주는 것 같아. 어쩌면 달로 갈 수도 있을 것 같고. 나 또 이상한 소리 한다. 그치?”

아니,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난 토끼와 달과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라디오에서 오드리 헵번의 목소리가 잔잔한 기타 소리와 함께 흘러나온다.

_

『달에서 아침을』 이수연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때로는 그 얼굴들 사이에서 상처 받은 표정을 발견하는 날이 있습니다. <달에서 아침을>을 읽으며 저는 제 상처 받은 표정을 봤습니다. 그래서 아팠던 지난 날의 기억을 토닥토닥 안아줬어요.


누군가의 아픔을 다 안아주진 못하더라도, 모른척 하지 말자고요. 무관심으로 일관하던 방관자들이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말을 거어준다면, 우리는 그 아픔을 멈출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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