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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책이름 Apr 29. 2021

누군가 정말 내 얘기 좀 들어줬으면-

밤에 읽는 책 │ 구백구 상담소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하루.

이해하지 못하는 업무와 그 사이에 엮여버린 관계들.


누군가 내 얘기를 좀 들어줬으면. 가슴 한 편의 답답함이 터져버릴 것 같아 가깝다고 생각했던 이에게 말해도 한두 번뿐. 나의 어두운 모습을 온전히 받아주기에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는 너무 연약한 걸까요.


사소한 스트레스들이 가랑비처럼 속에 쌓이다 보니,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너무나 쉽게

날카로운 가시 돋친 말이 향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 날들이 겹겹이 쌓이다 보면 집에 돌아와 알 수 없는 눈물이 터집니다. 인생은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요. 내 마음을 누가 알아줄까요. 그냥 있는 그대로 사랑해 줄 사람은 세상에 없는 걸까요.


퇴근 후 집 문을 여는 동시에 쏟아지는 우울과 눈물에 한참을 입구에 앉아 울었던 어느 밤, 그래도 마음을 추슬러 따스한 물로 씻고 침대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머리맡에 있던 책 한 권을 꺼냈죠. 옥탑방 909호의 오묘한 위로. <구백구 상담소>입니다.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재주가 있어 '이백오 상담소'를 차렸던 한 사람이 있습니다. 영업을 종료하고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팔고 싶은 것' 가게에서 파는 보라색 모자를 발견하고는 퍼뜩 자리에서 일어나 두 번째 상담소를 차립니다. 바로 옥탑방 909호의 '구백구 상담소'.


상담자는 하루 평균 한 명이지만, 그녀는 보라색 모자를 쓰고 커피를 내리며 손님을 기다립니다.

손님들의 고민은 이상합니다.


Q. 하루 종일 누워 있고만 싶은데 정상인가요?

사람들은 눕고 싶지 않을까요? 저만 이러는 걸까요?


Q. 여행 작가가 되고 싶은데 될 수 있을까요?

하지만 혼자 낯선 곳에 가기가 겁이 나고,

모아둔 돈이 없고, 고소 공포증이 있어서 비행기는 못 탈 것 같은데도요?


Q. 여긴 어디죠? 저는 왜 여기에 있는 거죠?


Q. 사람들은 왜 우리를 싫어할까요?

왜 사람들은 비둘기인 우리를 싫어하는가요?


손님은 사람이기도, 사람들이 싫어하는 새이기도, 외계인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존재들이 구백구 상담소를 찾고, 어쩌면 이상한 것 같은 질문들을 안고 옵니다. 멀리서 바라보는 저는 그들의 고민이 별것 아닌 것 같고 이상하고 저게 고민인가 싶은 생각이 들지만, 그들은 세상 무거운 표정과 마음으로 상담소를 찾습니다. 마치 누군가를 찾아 헤매던 오늘의 제 모습처럼요.




그들의 고민에 보라색 모자를 쓴 그녀는 신기하게 해답을 내놓습니다.


“의미 없는 일을 하세요.”

“그만두는 것도 좋지만 안 그만두는 것도 좋습니다.”


정답이 없는 인생의 문제들 앞에서 그녀는 때로는 뻔한, 때로는 의미심장한 말을 툭 내뱉습니다. 그들의 고민은 어쩌면 우리도 한 번쯤 고민했지만 애써 외면했던 문제들과 닮아있습니다. 정답이 없는 것들. 누군가 나서 해결해 줄 수 없는 것들. 하지만 일단 털어놓기 시작하면, 어느새 대화 속에서 나름대로 해결의 실마리가 피어납니다. 또 해결되지 않는다고 해도 그 시간들을 버텨내는 방법 정도는 있다고 이야기해 주죠.


‘남들이 말하는 행복보다 자신 안의 행복에 집중할 것,

의미 없는 일을 하며 시간을 느껴볼 것,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일단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까지 가볼 것.’


오묘한 위로가 담긴 구백구 상담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제 속에 정답 없는 문제들도 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은 듭니다. 상담소를 찾아도 문제는 모두 해결되지 않지만, 그래도 삶 속의 정답 없는 문제들을 잔잔하게 헤쳐나갈 힘이 내가 찾지 못할 뿐 내 속에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이상하죠.

위로가 됩니다.


이상하고 오묘한 질문들 속에서 정답 없는 이야기들이 이상하게 위로가 됩니다. 때로는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가장 큰 위로가 될 때도 있나 봅니다.


혹 저와 같은 분 계시나요.


자잘한 스트레스를 안고 있기에 이젠 내가 바스러질 것 같은 분. 누군가 내 이야기를 좀 들어줬으면 좋겠지만, 그런 사람이 없어 외로움에 삼켜질 것 같은 분. 완전히 해결해 줄 순 없겠지만, 어떤 고민이든 들어주는 이곳으로 오세요.


구백구 상담소. 보라색 모자를 쓰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그녀에게로 오세요.


들어드릴게요.

이상해도 오묘해도

있는 그대로.







밤에 읽는 책 

마음이 쓸쓸한 어느 일요일 밤,

침대에 앉아 읽기 좋은 따듯한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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