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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책이름 May 06. 2021

퇴근 후에도 여전히
화가 가라앉지 않는 밤에는

밤에 읽는 책 │ 화가 호로록 풀리는 책

하루가 끝났는데도 여전히 머리가 뜨거운 날들이 있죠.

돌아보면 그런 날들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를 봤으면서도 본 듯 만 듯 눈을 흘기는 사람,

같은 말이라도 꼭 상대를 깎아내리는 것처럼 표현하는 사람, 

자기 마음만 얘기하느라 내 기분은 상관하지 않는 사람.


살다 보면 이런저런 사람을 만나기 마련입니다. 어떤 일 자체가 중심이 되기보다는 스스로의 감정이 풀리지 않는 날들이 많습니다. 화의 크기가 작던 크던 상관없이 화가 주는 감정들에 나의 하루가 영향을 받는 것 같을 때, 머리가 뜨끈뜨끈 뜨거워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 날, 내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엽니다.

제목을 읽기만 해도 좀 괜찮아질 것 같은 동화책, <화가 호로록 풀리는 책>입니다.




<화가 호로록 풀리는 책>은 사실 화라는 감정을 이해하고 배우는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입니다.


동화책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때로는 저도 감정을 처음 이해하고 배우는 아이들처럼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금 이해하고 싶단 생각이 들 때가 있거든요.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아이뿐 아니라 어른을 위한 책도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화'라는 자체를

부정적인 감정이라고만 생각합니다.


생각해 보면 어렸을 때 저는 화를 잘 내지 않는 어린이었어요. 화라는 건 표현하면 표현할수록 내게 좋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했고, 주변에서도 화를 내는 사람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했던 인식 때문도 있었던 것 같아요.


어른이 되면서 화라는 게 꼭 나쁜 건 아니구나 배우게 되었지만, 여전히 어떤 부분에서는 먼저 참으며 나를 양보하는 사람이 된 게 아닌가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이제는 압니다.


무조건 화를 참거나 무시하면 화는 점점 더 커지기도 하고, 때로는 한 사람을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게도 한다고요. 그래서 중요한 것은 화를 나쁜 감정이라고 생각하며 애써 참으려고 하지 말고 내 속에 피어난 '화'라는 감정을 이해하고 건강하게 제대로 표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어른이 되어서도

감정을 잘 처리하지 못하는 사람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화가 호로록 풀리는 책>에는 화가 잔뜩 난 아이의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얼마만큼 화가 났는지, 참을 수 없는지 이야기하죠.

그리곤 그 화를 어떻게 풀 것인지 어떤 방법으로 건강하게 풀 수 있는지 이야기합니다.


소리를 지르거나 발을 구르는 것,

펑펑 우는 것처럼 즉각적인 행동으로 화를 해소하는 방법뿐 아니라

수를 세거나 자신만의 공간에 숨어 타임아웃을 하는 방법,

꼭 안기거나 소곤소곤 자신의 말을 하는 것처럼 누군가에게 위로받는 방법,

좋아하는 음악이나 음식처럼 긍정적인 감정으로 대체하는 방법 등

대부분 쉽고 바로 실행할 수 있는 행동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귀여우면서도 단단한 이야기들.

정말 읽기만 해도 화가 호로록 가라앉습니다.


저는 책에서 소개해 준 방법 중 아이스크림을 먹기로 했습니다. 냉장고에 남겨 두었던 아이스크림을 꺼내 침대 위에 올라와 아이스크림을 먹습니다.


차갑고 달콤한 맛. 다정한 맛.


낮에 잔뜩 받은 화가 조금씩 조금씩 누그러집니다.


책에서 아이가 화가 났을 땐 붉고 어두웠는데 화가 스르르 풀리면서 푸르고 밝은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처럼, 저의 오늘도 붉고 어두웠던 색에서 몽글몽글 달큰달큰 아이스크림 색으로 돌아옵니다.


오늘 나는 정말 화가 났어.


엘리베이터에서 나를 알면서도 모른 척

곁눈질하는 그 사람 때문에 화가 났어.


나의 화를 인정하고 돌아봅니다.


그리고 툴툴 털어버립니다. 화가 향하는 방향을 더 이상 내 속에 쌓아두지 않습니다.




동화책을 덮고, 아이스크림을 싹싹 비우니 괜찮아진 저녁입니다.


저는 이 동화책을 조카들에게 선물해볼까 합니다. 화를 인정하고 건강하게 풀 수 있는 어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제 친구도 한 권 선물해 줘야지 생각합니다. 어른에게도 때로는 동화가 필요하니까요.


이번 주는 어떠셨나요?


혹시 화가 나는 일이 많아서 힘들었다면, 저처럼 이 책을 펼쳐보는 건 어떨까요?


정말 화가 호로록- 풀릴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밤에 읽는 책 

마음이 쓸쓸한 어느 일요일 밤,

침대에 앉아 읽기 좋은 따듯한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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