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거동이 불편하신 친할머니를 혼자서 모시고 목욕탕을 몇 번 갔었다.
엄마에게 시어머니 노릇을 지독히 하시는 할머니가 미웠지만,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가 목욕탕에 가시고 싶어 하는 마음을 모른 채 할 수 없었다.
할머니는 등 때를 밀어라, 불을 부어라, 손을 잡아라 하시며, 만사 귀찮은 사춘기 소녀를 부려먹으셨다.
군소리 없이 할머니를 도와 드렸다. 할머니를 깨끗이 씻겨 드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목욕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가면 할머니 귀지를 파드렸다.
할머니 귀지는 끝도 없이 나왔다.
할머니 귀에서는 왜 귀지가 그렇게 많이 나온 것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내가 해드리지 않으면 누구도 할머니 귀를 청소해주지 않는 사실에 마음 아팠다.
봉사활동을 적지 않게 하고 살고 있지만, 선행이라 할 수 없다.
목적이 있는 봉사활동에 선행이란 단어는 왠지 부끄럽다.
어른이 된 후 나의 선행은 모두 목적이 있었고, 목표가 있었던 것 같다.
사춘기 때 할머니를 도와 드렸던 일은 따뜻한 마음 하나로 행했던 일이었다.
따뜻한 마음 딱 하나만 가지고 주변을 돕고 사는 여유를 가질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