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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쉘 Apr 15. 2024

비 오는 날


내가 사는 이곳은 비가 자주 온다. 일기예보는 비 오는 날을 예보하기보다는 비 오는 시간대를 알려 준다.

하루에도 몇 번씩 변덕을 부리는 날씨덕에 일기예보의 신뢰도는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이곳 뉴질랜드에서는 자연이 하는 일에 토를 달 인간은 어디에도 없다.


그런 날씨는 일상생활과 문화에 많은 영향을 준다. 특히, 사람들의 옷차림으로 변덕쟁이 날씨를 금세 짐작할 수 있다.

사람들의 옷차림은 계절과 관계없이 개인 몸 온도와 각자의 취향에 맞추어 그 모양새가 바뀐다.

부추에 코트를 걸친 사람과  젠더에 반바지를 입은 사람을 하루 안에 다 만날 수 있는 일은 일상다반사이니 말이다.

이런 날씨는 계절 따라 바뀌는 패션트렌드를 뒤쫓아 지출할 일을 줄이고, 이것 또한 왠지 자연이 의도한 일 같기도 하다.


우산을 들고 다니는 일도 아주 드문 일이다. 폭우가 쏟아지는 것이 아니라면 사람들은 모두 비를 맞고 다니거나, 옷에 붙어있는 모자를 쓴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 후드가 달린 옷을 입은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시내의 중심가에는 거의 모든 빌딩에 처마가 있어 시내에선  웬만하면 폭우가 쏟아져도 비를 맞아 젖을 일은 없다.

이것이 한국보다 유일하게 좋은 편의시설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하루 종일 비가 쏟아지는 날이 그립다. 

집이든 일하던 장소든폭우로 인해 고립되면 안전한 실내 안에서 듣던 빗소리도비 오는 날만 맡을 수 있던 흙냄새도 모두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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