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킹하는 사춘기 소녀

내가 널 가르쳤다.

by 미쉘

“엄마 나 드디어 마들렌 트레이를 샀어. 야호~~”아빠와 잠시 쇼핑 외출을 하고 온 딸은 그 나이에 맞지 않게도 살림살이를 장만해서 들어왔다. 평소 나에게 사달라고 졸라대었던 마들린 트레이와 케잌을 만들 때 크림을 잘 펴 발라 줄 수 있는 스페출라를 사 왔다. 내가 늘 사고 싶었던 물건들이었지만 나의 베이킹은 늘 실패이기 때문에 머핀을 굽는 것으로 늘 만족했고, 마들렌만을 위한 마들렌틀은 정말 사치에 가깝다고 생각해 딸이 요구해도 사주지 않고 있었다. 아무 조건없이 딸의 말을 들어주는 아빠가 가끔 이런일을 한다.


토요일밤 모든 하루 일과가 마무리되었고, 밤 9시가 넘은 시간 뜬금없이 베이킹이 너무 하고 싶다고 한다. 아무리 잘 시간이니 하지 말라고 소리를 쳐도 아무 소용없이 자기 갈길을 가는 사춘기 딸은 내 말만 들리지 않는 귀마개를 한 것 같다. 잠이 와 죽는 동생까지 옆에다 놓고 주방 보조를 시켜가며 마들랜을 만드는 너는 사실 은근히 대견하다. 이건 내가 내일 아침 커피와 함께 마들렌을 먹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동생을 옆에 두고 가르쳐가며 베이킹을 하는 네가 대견하것이다.


“ 엄마 나는 가르치는 건 못하겠어. 한번 말했는데 못 알아들으면 너무 짜증이나”

“그래? 내 생각엔 너 잘 가르치는 것 같은데? “

“ 아니야 나 왕짜증 나 지금!! 스튜핏“

“ 엄마가 베이킹할 때 너 옆에 두고 믹스하는 거 , 재료 그램수 맞추는 거부터 가르쳐 준 것처럼, 네 동생도 베이킹 초보니까 아주 긴단 하고 쉬운 것부터 가르쳐봐, 그런 거 자꾸 하다 보면 다른 것도 곧 잘 알아들을 거야.”

“알아 그런데 난 엄마한테 베이킹을 배우진 않았어. 엄마는 나보다 베이킹 못하잖아. 아니 안 하잖아.”

“ 무슨 소리야 나랑 머핀고 만들고 쿠키도 만들었던 거 기억 안 나? “

“ 엄마!! basically 머핀이랑 쿠키는 누구나 만드는 기본 중에 기본이라고. 그건 베이킹이라 할 수 없어.”

“헐! 너 다음 주에 학교 캠핑 갈 때 머핀 구워주려고 했는데 그럼 엄마 머핀 안 가져갈 거야?”

“ 아니 가져갈 거야. 마들렌 굽고, 브라우니 굽고, 거기에 엄마 머핀까지 곁들여서 다양하게 가져갈 거야”

“ 오~ 고맙다. 내 머핀 거기 끼워줘서”

“ well…. you’re welcome”


많은 잔소리와 가르침(?) 끝에 이제는 설거지 뒷마무리까지 하는 딸은 (만) 12살 이 맞는데.. 자꾸 의지가 되는 건 가족의 간식을 가끔 해결해 주기 때문일까? 아님 이런 식으로 네가 날 은근히 깔고 가기 때문일까?


딸이 처음 구운 마들렌을 맛보았다 . 환상적이었다. 믿기지 않을 정도의 실력이다. 맛도 모양도 내가 따라갈 수 없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한다면 어떨까?”

“엄마 난 베이커는 안 해!”

“왜? ”

“ 취미를 돈 버는데 하면 너무 싫을 것 같아. 난 베이킹은 릴랙스 하게 예쁘게 우아하게 하는 내가 하고싶을때 하는 일로 남겨두고 싶어. 일은 돈 많이 벌고 폼나는 걸로 할 거야. “

“난 베이커 하란 소리는 아니고, 너 베이킹 참 잘한다고…”


딸은 현실적으로 베이커란 직업을 거부했다. 아직 좀 어린데 그렇게 생각하는 딸이 안타깝기도 했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 많이 컸나 싶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