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어른이 된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다시, 올리브>

by 이지혜


가수 이적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다가 그가 올린 몇 권의 책 추천이 있어서 알게 된 <다시, 올리브>.

저자인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알고 보니 팬층이 두터운 미국 작가였습니다. 그러곤 며칠 뒤 교보문고 들러 생각이 나 검색을 했죠. 외국소설 서가 맨 위칸에 꽂혀있어 사다리를 딛고 올라가 꺼내 읽었어요. 쪼그리고 앉아 읽는데 초반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아서 사갈까 말까 고민했는데 결국 사 왔어요.

하지만 왠 걸요, 읽다 보니 점점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읽어내리며 저는 그들을 끌어안아 주고 싶었어요. 또 꽤나 많이 그들 삶의 고단함과 아픔에 눈물을 쏟기도 했어요.

올리브 키터리지라는 할머니가 소설의 주인공이에요.

미국 메인 주 포틀랜드에 살며 얽히고 부딪히는 다양한 인물들의 씨실과 날실로 엮인 내밀한 이야기들이 각 챕터마다 강물처럼 흘러갑니다.

강물은 흘러 흘러 종국에는 바다에서 모이게 되죠. 누군가의 이야기를 잠자코 듣다 보면 때로는 그가 겪은 아주 개인적이고 지극히 사적인 삶의 한 귀퉁이 이야기가 내 이야기처럼 다가올 때가 있잖아요.

보편적인 인간의 감정이나 생각들은 그것이 관통해온 배경이나 환경만 저마다 조금씩 다를 뿐 그 비슷한 지점 언저리에서 타인과 연대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죠. 연대라기보다는 위안을 얻는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수도 있겠어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가 빚어낸 소설 속 인물들에게 함께 슬픔을 느끼고 외로움을 걱정하고 나 자신을 '그럼에도' 삶이라는 이름의 지평선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희망을 찾고 싶고.

저는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 시간을 겪어낸 혹은 아직도 진창에서 발을 빼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겐 빛깔만 서로 다를 뿐일 테죠. 태어나서 죽는다는 명제 안에서 누가 더 먼저, 혹은 깊이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 감내해야 할 생의 무게일 테니까요.

작가는 소설 속 인물에 가혹하리만치 상실과 아픔을 설정해 놓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제 가슴은 바다 위 햇살이 비치는 반짝이는 윤슬이 가득한 듯했습니다.

왜냐면요 그들이 그 시련을 어떻게 맞서려 하는지, 혹은 직면했을 때 그들이 보여주는 솔직한 모습과 그 안에서 고군분투하며 자기 삶의 원형질은 보존하려는 작지만 떨리는 몸짓을 볼 수 있어서였습니다.

너무 가냘프고 자칫 깨져서 산산조각 날 듯 하지만 그들은 각자 금이 간 부분을 상처 난 생채기를

필사적으로 또는 덤덤히 받아들이고 곧이곧대로 들여다보며 삶을 '살아냅니다.' 네, 살아내요.

그게 사무치게 가슴 아프면서도 우리 각자 하나하나는 '고귀'하며 참 '소중한' 존재라는 걸, 일깨우게 해요. 이 책은요.

책일 읽는 내내 그들 아픔에 내 따뜻한 손의 온기를 얹어주고 싶었어요. 그 온도가 제대로 가닿을지는 모르겠지만요. 하긴 제가 그들에게 위로받은 느낌이었으니 서로 통한 걸까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책 다시, 올리브는 전작이 있는 책입니다. <올리브 키터리지>가 그 책이고 2009년 풀리처 상을 수상했습니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책 속 인물들이 전작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기에 저도 그녀의 책을 차례대로 읽어볼까 합니다.


원래 이 책 리뷰는 읽으면서 좋았던 구절을 옮기는 게 애초 계획이었는데 구구절절 제 사견을 잔뜩 써놓았네요.

인물마다 제가 느낀 점과 특히 더 끌렸던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했고요. 이것도 할 말이 너무 많은데.. 큰일이네요.

내일 다시 한번 정리해봐야겠어요. 이 글은 프롤로그처럼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참 하나 더 덧붙이면, 저는 고작 미국 시골 조지아주에 일 년 채 안되게 살았지만 작가가 배경 마을의 하늘빛과 나무 등 풍경을 묘사한 부분도 애수에 젖은 기분으로 읽었어요.

도시가 아닌 그곳 하늘은 정말 순식간에 해가 지며 핑크색으로 물들고 오렌지빛 망토를 두른 듯 아름다워지다가 나무 우듬지 선을 따라 가닿는 시선마다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웠거든요.

캘리포니아 사는 친한 친구가 있는데 미국에서 살지 못하게 된다면 가장 아쉬운 게 '하늘' 일 거라고 했어요.

전 그 말이 너무 이해가 됐거든요.

운전하면서 바라보는 아름다웠던 그곳 하늘의 마법은 여전히 제 가슴속 조각으로 빛나 있는데 미국 소설 읽으면 특히 이런 하늘과 자연 묘사가 많아 이번에도 그 보너스를 얻은 기분이기도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