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지나가는 법

마지막처럼~!

by 옥돌의 지혜

브런치에 마지막 글을 올린 날짜가 2024년 8월이다. 약 일 년 반 동안 브런치에 글을 쓰지 못했다. 지난 일 년 남짓한 시간이 내게는 글 한 편 쓸 여력이 없을 정도로 견디는 시간이었다.


2024년 1학기에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며 한 학기 간 육아휴직을 했다. 불안도가 높은 첫째를 초등학교에 응시키며 아이들을 충분히 돌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아이가 학교에 간 오전 동안 필라테스를 꾸준히 하며 7년 넘게 약을 먹어온 질병이 완치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그동안 브런치에 연재해 온 국어공부법을 정리해 신나게 원고를 썼는데, 그 원고가 쉽게 대형출판사의 출간제안으로 이어지면서 인생이 어쩜 이렇게 뜻대로 술술 풀릴까 싶었다. 혼하고 취업하고 출산과 육아를 하며 달려온 지난 10년 중 가장 달콤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내 인생은 얼마든지 내 뜻대로 이끌어 갈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2학기 학교로 복직을 했다.


2학기 복직한 학교는 모래사막 같았다. 끊임없이 모래 바람이 휘몰아치고 메마르고 건조한 땅에서 주저앉아 쓰러지지 않기 위해 매일 버티며 나아가야 했다. 1학기 담임 선생님이 그만두고 나간 학급을 2학기 담임으로 떠맡아 1년 동안 해야 할 생기부 학급 활동을 정신없이 해나갔다. 그 와중에 고성을 지르며 반복적으로 교사를 신고해 온 학부모의 위협과 학생의 집요한 괴롭힘에 시달렸다. 학급 학생들은 대체로 냉소적이었다. 그 와중에 업무는 전국의 교사가 기피한다는 업무를 맡았다. 담임도 업무도 인수인계해줄 전임자가 떠나고 없었다.


겨울방학만 바라보고 버텼는데 방학 중에도 업무가 많았다. 점점 우울해져 갔다. 특히 한 번만 더 위협적인 학부모나 학생을 만나면 무너질 것 같았다. 심리 상담도 받고 교권위원회도 준비했다. 학교를 처음으로 그만두고 싶었다. 학교에서 보람과 기쁨은 적고 감당해야 할 리스크만 커지는 것 같았다. 적은 월급도 전혀 보상이 되지 않았다. 겨울 방학 동안 기도하며 생각했다. 딱 일 년만 버텨보자. 학교에서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일 년을 보내도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면 그때 결정을 내리자.


그렇게 2025년 새 학기가 시작됐다. 참 신기한 일이었다.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그렇게 힘들던 업무도 야근도 버틸만했다. 이전에 이십 대에 힘들게 공부하던 것 생각하면 앞으로 30년 동안 계속할 생각 하니 못 견디는 거지, 일 년 정도야 버틸만한 강도였다. 도저히 못 해낼 것 같았던 일들도 마지막이라 생각하면 내 능력으로 못 할 것도 아니었다.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매일 지각하고 조퇴하는 학생이나 대드는 학생이나 앞으로 매년 볼 생각 하면 자신이 없는데 올해 마지막으로 내가 만나는 학생이라 생각하니 이 정도야 얼마든지 받아줄 수 있었다. 순간순간 화도 나고 힘도 들었지만 어차피 올해 보고 영원히 못 만날 학생인데 너그럽게 넘어가졌다.


학교에서 힘든 관계도 가볍게 느껴졌다. 너무 싫어서 심리 상담까지 받을 정도의 관계도 올해 마지막으로 본다고 생각하니 어차피 내 인생에서 스쳐 지나가는 먼지 같은 존재로 느껴졌다.


아니,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점점 더 교직의 장점들이 크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수업에서 애들과 까르르 웃을 때, 상담하다가 학생이 평생 만난 선생님 중 제일 좋다고 말해줄 때, 우리 반 순하고 착한 애들한테 감동받을 때, 수업에서 의미와 보람을 느낄 때, 수업 준비하며 국어가 재밌을 때, 업무 하며 몰입의 즐거운을 느낄 때, 좋아하는 선생님들과 점심 먹고 산책할 때...


연말에 교직원공제회 복지인 상담 회차가 남아 상담을 받게 되었다. 상담선생님이 물으셨다.

"2025년을 시작할 때 교직이 너무 힘들어서 일 년만 마지막으로 해보고 그만두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이제 일 년이 다 되어 가는데 어떠세요?"

생각할 틈도 없이 대답했다.

"이 예쁜 애들을 내가 못 가르치고 남이 가르친다고 생각하면 너무 억울해요!"

상담사 선생님이 웃으며 말하셨다.

"아유, 억울까지 하면 교사 계속하셔야겠어요."


하루하루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견뎌오니 어느새 일 년 넘게 주요 업무를 큰 실수 없이 다 해냈고, 담임반 애들과 행복하게 일 년을 지냈고, 만족스럽게 국어 수업을 진행했다.


2026년이 또 시작된다. 곧 출간될 것 같았던 내 책은 엎어졌고 다시 투고를 시작한다. 그 외에도 가정 안팎으로 인생이 또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이 길을 무사히 지나가는 비결을 알아버렸다.


마지막처럼


올해도 내 인생 마지막 해인 것처럼 나에게 주어진 길을 소중하고 애틋하게 걸어가 보려 한다. 힘든 돌밭은 어차피 지나가게 될 것들. 그 길을 걸어가며 줍는 반짝이는 것들은 지나가면 다시는 못 만날 것들. 올해는 나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며 만나는 그 모든 것들을 더 많이 기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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