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어쩌면 좋을까
안녕, 나는 고3 문학 수업에서 너를 만나는 옥돌샘이야.
며칠 전 나는 수업에서 무척 당황스러웠고 그 시간을 곱씹느라 잠도 약간 설쳤어.
요즘 교무실에서 선배 선생님들이 수업 시간에 학생들 태도가 예전과 달라 놀랍고 당황스럽다고 할 때만해도 나에게는 별로 와닿지 않는 이야기였어. 그동안 몇 년간의 고3 수업 경험이 있었고, 최소한 3학년 1학기까지는 아이들이 내 수업을 듣게 만드는, 수업을 컨트롤 하는 능력이 내게 있다고 자신하고 있었거든.
그런데 어제 수업 시간에 맨 앞 자리에 앉아 당당히 이어폰을 끼고 인강을 듣는 너를 보고 놀라고 당황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더라.
앞에서 너를 위해 정성껏 수업을 준비하고 교사의 자격으로 네 앞에 있는 내가 철저히 무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모욕감이 들었어.
그동안 나는 애정과 예의를 갖추어 너를 인격적으로 대하려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배신감도 들었고.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자거나 은근슬쩍 다른 문제집을 꺼내 푸는 고3들은 만나봤어도 말하고 있는 사람 앞에서 이어폰으로 귀를 막고 다른 강사의 수업 인터넷 강의를 듣다니. 내가 상상하고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너의 행동에 어떻게 대처해야할 지 순간 말문이 턱 막히더라.
그래도 학생들 앞에서 면박을 주는 건 아닌 거 같아서 처음엔 전체 수업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차원에서 모두에게 말했어.
"애들아, 지금 선생님이랑 공부하고 있는 수능특강 교재에서 절반 이상 수능 시험에 연계해서 나오는 거 알지? 이 시간에 다른 공부하는 것보다 이 시간만으로 수능특강 공부는 끝내겠다고 생각하고 집중하는 게 제일 도움이 돼. 선생님도 고3 때 수업 시간에 다른 공부 해봤어. 국어 시간에 수학 푼다고 대단히 수학 실력 늘지 않아. 공부 효율적으로 하자. 그리고 우리 아무리 고3이지만 서로에 대한 예의를 지켜나가는 최소한의 품격을 유지하자."
그래도 너는 못 들은 척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묵묵히 인강을 듣더라. 이어폰을 끼고 있어 정말 내 말을 못 들었을지도 모르지.
처음엔 너도 나의 존재를 무시했으니 나도 너를 무시해볼까 생각해봤어.
그런데 수업하며 교재에서 고개를 들 때마다 네 모습이 눈에 띄어 점점 동요되었고 수업을 자신있고 즐겁게 이끌어가기가 힘들다고 느꼈어.
학생들이 문제풀이를 하는 시간에 교실을 순회하면서 은근슬쩍 너에게 다가가 말했지.
"**야, 수업 시간에 이어폰 끼고 인강 듣는 거 아니야. 교재 펴."
나름 침착하고 부드럽게 말했다고 생각했어. 나는 네가 얼굴을 붉히며 사과할 거라 기대했지.
그런데 너는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더니 확 엎드려버리더라. 마치 시위라도 하듯이.
또 한 번 예상하지 못한 반응에 나는 잠시 고민했고 이 이상 너에게 휘둘리고 싶지 않아 일단 남은 수업을 진행했지.
그리고 수업이 끝나고 잠시 너를 불러내어 복도에서 이야기했어.
"맨 앞에서 네가 이어폰 끼고 인강듣고 있으니 선생님이 무척 속상하고 신경쓰여서 수업을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어. 앞으로도 계속 이런 방식으로 수업을 듣기로 마음 먹었니? 그렇다면 차라리 자리를 맨 뒤로 옮겨줄까?"
매번 수업 시간에 이런 갈등을 야기하고 싶지 않은 나는 빠르게 너를 배제시키고 싶었나봐.
최소한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너의 이야기를 들어봤어야했는데.
아니면 고3 때 다른 공부가 더 중요해보이고 나만 보이는 조급함과 이기심을 이해한다고. 그러나 선생님과 다른 친구들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은 학교 공동체 생활에서 반드시 노력해줘야하는 부분이라고. 이렇게 가르쳤어야했는데.
나의 이야기를 들은 너는 또 다시 나의 예상과 다른 대답을 했어.
"아니요. 저 맨 앞에 계속 앉을게요. 다음 번엔 교재를 가져올게요."
너의 대답에 순간 머쓱해진 나는 알겠다며 너를 돌려보냈지. 잘 타이르면 될 아이였는데 내가 지레 겁먹고 너를 대했나 싶었고.
그 다음 시간에 너는 정말 교재를 가져와 수업을 들으려 노력하더니, 그 다음 시간에는 또다시 교재를 덮고 멍하니 한 시간을 보내더라.
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니 너도 참 힘들겠구나 싶다. 수업 시간에 이어폰 끼고 인강 듣는 것은 안 된다고 가르치는 것은 교사로서 내 몫이지만, 어떻게 너에게 고3 모든 수업 시간에 열심히 참여해야한다고 강요할 수 있겠어. 이미 충분히 버거운 매일을 보내고 있을텐데.
선생님도 고3을 가르치며 더욱 너희 마음을 이해하고 안쓰러이 여기도록 노력할게.
그래도 우리, 고3도 인생이니까, 반 년 뒤에는 사회에서 어엿한 성인이니까 최소한의 양심과 품격은 지키는 일 년을 보내도록 해보자.
후우. 샘은 글을 쓰면서도 벌써 수능 100일도 남지않을 3학년 2학기 수업이 두려워진다.
너도 나도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