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쓰는가
지혜를 더하는 글쓰기 1
‘나도 작가’란 이름을 걸고 다양한 글쓰기 강좌가 열린다. 서점에서도 글쓰기 관련 서적은 늘 판매 순위 상위권을 차지한다. 나도 ‘강사의 글쓰기’라는 강좌를 수강했었다. 말로 풀어내는 강사이자 상담사이지만 글쓰기가 필요한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강좌를 소개해야 할 때도 있고, 상담을 온라인에서 글로 진행해야 될 때도 있다. 간혹 칼럼을 청탁받게 되면 막막함에 며칠을 끙끙 앓다 결국 고사한 적도 있다. 생각을 말하기는 쉬웠는데 쓰는 것은 어려웠다. 껌뻑거리는 커서만 물끄러미 바라보다 이내 포기하기 일쑤였다. 말하는 직업을 위한 글쓰기, 딱 그 정도가 필요했다. 글쓰기 강사님은 시작부터 서슴없이 글쓰기를 강조하셨다. 매 수업의 마무리는 정해진 주제에 따라 나의 글쓰기를 하는 것이다. 주어진 시간이 길지 않아 생각나는 대로 적는다. 집으로 돌아가 거침없이 쓴 글을 고쳐본다. 이렇게 완성한 글은 다음 시간에 교육생들과 함께 읽고 첨삭받는다.
쓰는 것은 말하는 직업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정도면 족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쓰기에 더 관심이 많다. 내가 발견한 쓰기의 매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주제에 맞추어 글을 쓰다 보니 내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의 공간, 내 인생의 전환점과 같은 주제들로 글을 쓰다 보니 오롯이 나를 살피게 된다. 아무렇게나 쑤셔 넣어놓은 수납장의 서랍을 하나하나 꺼내어 정리하는 느낌이었다. 내가 정돈되자 주변이 보였다. 시어머니를 위로하는 며느리가 되었고, 딸에게 사과하는 엄마가 되었다.
둘째, 쓰기를 통해 말하기도 발전한다. 즉흥적인 말하기에서는 순발력이 필요하지만 매만지기를 반복하는 글쓰기는 지구력이 미덕인 것 같다. 같은 말도 더 쉽고 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고른다. 꼭 맞는 단어가 쓰였는지 계속 확인한다. 이렇게 문장을 다듬는 과정을 통해 생각도 또렷해진다. 말하기에 중언부언이 줄어들면서도 사용하는 단어는 풍성해졌다.
셋째, 낯선 사람과 연결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쑥스러움을 이겨내고 글을 내어 보이면 뿌듯하다. 여기에 공감과 격려가 얹어지면 위로를 받는다. 타인의 글을 읽으면서 한층 더 가까워진다. 살아가는 모습이 다양하다는 것에 감탄하다가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에 안도한다.
코로나 19로 인해 세상은 불안하다. 내 삶도 어떤 변화를 맞이할 것인지 현재보다 미래가 더 불안하다. 근심에 쌓여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을 때도 있다. 한동안 미뤄두었던 글쓰기를 다시 시작한다. 나를 정리하고 주변을 돌아보기 위해서.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고 새로운 사람들과 연결되기 위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