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상담 | 서로를 마주 보는 시간
부부가 함께 상담실에 들어온다.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미 둘 다 긴장하고 있다.
한쪽이 입을 열기도 전에 다른 한쪽의 어깨가 살짝 올라간다.
방어 자세다.
'또 뭐라고 하려는 거지.'
'이번엔 또 뭘 잘못했다는 거야.'
말이 나오기도 전에 이미 방패를 들고 있다.
이런 커플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특징이 있다.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해도 일단 의심부터 한다.
"오늘 힘들었어"라는 말에도
'그래서 내가 뭘 해달라는 거지?'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우리 얘기 좀 하자"라는 말에는 '또 싸우자는 거구나'라고 받아들인다.
진심으로 걱정해서 한 말도 잔소리로 들린다.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해도 비난으로 느껴진다.
상대방의 의도와 내가 받아들이는 것 사이에 거대한 간극이 생긴다.
왜 이렇게 됐을까.
답은 단순하다.
그동안 많이 다쳤기 때문이다.
싸우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았다.
말로, 표정으로, 침묵으로.
그 상처들이 쌓이면 몸이 먼저 기억한다.
머리로는 '이번엔 다를 수도 있어'라고 생각해도
몸은 이미 웅크린다.
방어는 반사다.
의도가 아니다.
이런 커플을 보면 안타까운 지점이 있다.
둘 다 억울하다는 것이다.
한쪽은 말한다.
"나는 진심으로 얘기했는데 왜 공격으로 받아들여?"
다른 쪽은 말한다.
"맨날 그렇게 말하니까 나도 방어할 수밖에 없지."
둘 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더 풀리지 않는다.
잘못한 사람이 없다.
억울한 사람만 둘이다.
이 구조를 이해하는 게 첫 번째다.
상대방이 방어적으로 나올 때,
그건 나를 공격하려는 게 아니다.
그동안 다친 상처가 반응하는 것이다.
내가 방어적으로 반응할 때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을 밀어내려는 게 아니라
나를 보호하려는 본능이다.
문제는 이 본능이 관계를 더 멀어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방어가 반사라면,
의식적으로 방패를 내려놓는 연습이 필요하다.
쉽지 않다.
오랫동안 다친 몸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하지만 한 가지는 기억할 수 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사람은
나를 공격하려고 말을 꺼낸 게 아닐 수도 있다는 것.
상처받아서 서툴게 표현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
상대방도 나처럼 억울하고,
나처럼 답답하고,
나처럼 이 관계가 잘되기를 바라고 있을 수도 있다.
그 가능성 하나만 열어두어도 대화의 방향이 달라진다.
싸움에서 이기는 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싸움이 끝난 후에도
이 관계가 남아 있느냐다.
방어만 하다가는 관계가 남지 않는다.
서로의 방패가 부딪히는 소리만 커질 뿐이다.
억울한 사람만 둘인 싸움은,
결국 지는 사람도 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