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수업 | 오직 나를 위한 마음공부
'분리'라는 말을 생각한다.
부모와 나를 분리한다는 것.
말로는 쉽다.
그런데 마음으로는 어렵다.
특히 부모의 안 좋은 면이 보이기 시작하면,
그게 나에게도 있을까 봐 두렵다.
부모를 존경하지 못하는 마음이
곧 나의 자존감을 흔드는 것 같다.
부모는 곧 나니까.
저 사람에게서 나왔으니까.
저 사람의 한계가 곧 나의 한계가 되는 건 아닐까.
어렸을 때 부모는 크다.
모든 걸 알고, 모든 걸 해결해 주는 사람.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보인다.
부모도 완벽하지 않구나.
부모도 한 명의 인간이구나.
발달심리학자 마가렛 말러(Margaret Mahler)는
'분리-개별화(separation-individuation)'라는 개념을 이야기했다.
원래는 영아기에 아이가 엄마와 자신이
다른 존재임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말한다.
그런데 이 과정은 사실 평생에 걸쳐 일어난다.
특히 성인이 되어서 부모를 하나의 인간으로 바라보게 될 때,
우리는 다시 한번 분리를 경험한다.
어떤 지점에서는 실망스럽기도 하다.
왜 저렇게밖에 못할까.
왜 저런 말을 할까.
부모의 한계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복잡한 감정이 올라온다.
그러면서 두려워진다.
저 모습이 나한테도 있으면 어떡하지.
나도 저렇게 될까 봐 무섭다.
부모를 미워하면서 동시에 죄책감을 느낀다.
부모를 존경 못하는 내가 한심하기도 하다.
상담실에서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엄마의 그 지점이 나한테 있을까 봐 계속 무서워요."
부모를 이해한다는 것과 부모와 같은 사람이 된다는 것.
이 둘은 전혀 다른 일이다.
내가 부모의 어떤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알 것 같다.
그건 내가 그 사람을 관찰하고,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해한다고 해서 같은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다.
'세대 간 전이(intergenerational transmission)'라는 개념이 있다.
부모의 양육 방식이나 관계 패턴이 자녀에게 전달되는 현상을 말한다.
실제로 어느 정도는 전달된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게 자동으로 일어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내가 알아차리고, 의식적으로 선택하면 다르게 할 수 있다.
어떤 지점에서 비슷하게 느끼는 순간이 있을 수 있다.
아, 나도 저런 면이 있구나.
그런데 결이 다르면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예를 들어, 부모와 내가 둘 다 앞일에 대한 걱정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부모는 그 걱정 때문에 경직되고,
나는 그 걱정을 관리하면서 산다.
시작점이 비슷해 보여도,
그걸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부모의 안 좋은 면이 보인다는 것.
그건 사실 성숙하고 있다는 증거다.
어렸을 때는 부모가 전부였다.
부모가 하는 말이 곧 진실이었고,
부모가 보여주는 세상이 전부였다.
'이상화(idealization)'의 단계라고 불리는 시기.
부모를 완벽한 존재로 보는 것.
아이에게는 필요한 과정이다.
그런데 이제는 다르게 볼 수 있다.
부모도 한계가 있구나.
부모의 말이 다 맞는 건 아니구나.
이렇게 볼 수 있다는 건,
이상화에서 벗어나 현실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나만의 눈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부모의 한계가 보인다고 해서
자책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그건 내가 자라고 있다는 신호다.
중요한 건 그다음이다.
부모의 한계를 보면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부모와 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다르게 살 것인가.
그 선택은 온전히 나의 몫이다.
부모와 나는 정말 같은 사람일까?
아니다.
부모는 부모고, 나는 나다.
내가 부모를 이해할 수 있다고 해서 같은 사람이 되는 게 아니다.
어떤 지점이 비슷하다고 해서 같은 결말을 맞는 것도 아니다.
부모의 한계가 나의 한계가 되는 건,
내가 그걸 선택했을 때뿐이다.
나는 다르게 선택할 수 있다.
그게 분리다.
그게 성숙이다.